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원전문제와 전후 70주년 담화와 관련, 자신의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11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4주년을 맞아 후쿠시마현 기타카타(喜多方)시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며 “잘도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2013년 9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연설에서 “오염수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원자력규제위원장도 원전이 새로운 심사기준에 합격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탈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원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비용도 싸지 않고, 클린에너지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역시 원전제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는 아베 총리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민당도 다수가 협력하고 있고, 민주당도 협력하고 있으니, 총리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일본 패전 70주년인 8월 15일을 전후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아베 담화에 대해서도 “굳이 10년마다 (담화를) 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담화 내용을 둘러싼 최근 논란을 “지나친 소동”으로 치부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5년 전후 6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담화(1995년)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은 담화를 발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발언은 아베 총리가 새 담화에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아 발생할 국제적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도 11일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 전 노동장관,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 냐노 준야(矢野絢也) 전 공명당 위원장 등 원로 정치인 10여명과 함께 모임을 발족,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새 담화에 사죄와 반성을 담지 않으려는 우려에 대해 “다시 과거의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일본은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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