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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CTV는 해결책이 아니다

입력
2015.03.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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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부결을 주도했던 국회의원들은 질타를 받고 있고, 정부와 정당들은 4월에 법안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차악을 확대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에서는 더욱 멀어지는 길이다.

누구나 CCTV가 아동학대를 막으리라 믿지 않으며, 교사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임을 알고 있고, 감시와 처벌이 당연하다는 듯 배우게 될 아이들을 안타까워한다. 이후 아이들은 피해를 볼까 움츠리는 교사들, 교사와 어린이집을 믿지 못하는 부모들, 교사를 신고하고 몸을 보전하는 원장들의 손에서 자라게 될 것이다. 감시와 처벌, 불신과 고발만이 남는다. 문제가 생길 때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서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내려는 소통의 문화는 사라진다. 믿음이 사라진 세상이야말로 아이들이 사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현실이다. CCTV는 아동학대가 벌어진 후 처벌할 근거를 위해 설치한다. 누구도 원하지 않으나, 그것밖에는 아이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좌절감과 두려움과 슬픔과 분노의 산물이다. 아이도 부모도 교사도 모두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가 즐겁게 참여하고 행복한 교사들이 협력해서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 운영의 개혁 방향이야 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알고 있다. 다만 실천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정부는 부모참여를 위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의무화시켰을 뿐 제대로 운영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다. 복수담임제 등 교사들간의 협력구조를 만들어 힘겨움을 줄여주는 것만이 아동학대의 근원적 해결책임을 아나, 늘 재정 배정의 후 순위에 놓는다.

이미 모델도 있다. 20년 전부터 부모참여와 교사들의 협력구조를 만들고, 아이들을 놀이를 통해서 키우는 공동육아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부모가 운영주체이기 때문에 운영이 투명하고, 모든 재정을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쓴다.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수담임제나 시간대에 따른 교사 배치도 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놀이와 바깥나들이 속에서 자라고, 부모와 교사는 서로 믿는다.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구조를 인정받아, 2004년 영유아보육법 개정 시 부모협동어린이집 유형이 생겼다. 이 공동육아협동조합의 부모와 교사들은 어린이집 CCTV가 필요 없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을 확산하도록 지원하기 보다 스스로 찾아낸 확산 방법도 저지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공동육아협동조합들은 임의조직인 조합을 협동조합기본법 하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 전환하려고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에 인가를 신청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부모들만이 아니라 교사와 지역주민 또는 졸업생들까지 함께 재원을 마련하고 제도에 따른 지원도 받아 설립과 확산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부모협동어린이집은 보호자가 설립한다는 영유아보육법의 규정을 내세우고 사회적협동조합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어린이집 운영비를 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을 반대한다. 복지부가 거론하는 문제는 영유아보육법의 부모협동어린이집 규정에 “부모가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란 문구를 넣고, 운영비 전용을 막기 위한 보완조치를 하면 해결할 수 있다.

복지부는 운영상의 문제 가능성을 이유로 최선의 선택을 외면하고, 수많은 문제와 위헌요소까지 있는 CCTV라는 차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와 교사와 원장이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재원을 집중하기보다, 서로를 감시하고 미워하는 비교육적 환경을 만드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복지부와 국회는 재정 형편이 어렵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아이와 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어린이집 운영구조를 만들고 확산하는데 노력해야 마땅하다.

이경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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