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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움직인다" 건설사들 목표량 늘려 너도나도 공격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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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움직인다" 건설사들 목표량 늘려 너도나도 공격 마케팅

입력
2015.03.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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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 곳곳 수십대 1 넘자, 대우·GS건설 등 공급 1만 가구 ↑

"금융위기 후 공급 줄어 감당 충분" "가계빚 급증해 금리 오르면 위기"

베이비 붐 세대 본격 은퇴 맞물려, 2009년 부동산 폭락 재연 갑론을박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 오피스텔과 아파트 신규 분양을 시작한 A사의 한 임원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양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견본주택을 찾아온 사람 대다수는 모형 주택을 살펴보거나 실내를 구경하러 들어가곤 했죠. 그런데 요즘엔 구경을 마다한 채 상담창구로 몰려가 줄을 설 정도로 고객들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분양 물량을 늘리지 않을 건설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 만난 분양시장

실제 건설사들의 분양 대전이 시작된 3월 첫 주말인 6~8일. 사흘 동안 전국 11곳 견본주택에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잠재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1순위 청약자격 완화로 새롭게 청약 1순위자가 된 이들에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을 견디다 못해 내집을 마련해야 겠다고 나선 이들까지 가세했다. 6일 문을 연 GS건설의 인천 청라국제도시 ‘청라파크자이 더 테라스’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간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신영 계열사인 ㈜대농이 경기 용인 기흥역세권에 선보이는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 견본주택에는 2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기간 전국에서 선보인 11개 견본주택에 몰린 인파가 15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을 정도다.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에 건설사들은 모처럼 고무됐다. 당초 예고했던 올해 연간 분양물량을 앞다퉈 늘려 잡는 분위기다.

지난해 전국에서 1만8,000여 가구를 공급했던 대우건설은 올해 3만1,000가구 분양을 예고했다. 당초 평년 수준인 2만가구 정도로 2015년 일정을 잡았던 대우건설은 “시장이 움직인다”고 판단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위주로 1만 가구를 새로 예정표에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1팀이던 주택사업팀을 2팀으로 늘리는 등 주택 공급사업에 주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만7,000가구 분양에 그쳤던 GS건설도 당초 1만6,000가구로 예정했던 올해 공급량을 2만5,000가구로 늘려 잡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2014년 8,800가구만 내놨던 현대산업개발도 올해에는 1만7,000가구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런 분양 열기는 연말까지 이어지겠지만 올 상반기가 정점일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매매시장과 함께 분양시장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나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하반기에는 분양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탓이다. 건설사들이 경쟁사들의 분양 일정 등을 살펴가며 가급적 분양 물량을 앞당기기 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뜨거운 분양 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이익을 수확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급 과잉 우려는

올해 예정된 막대한 분양물량이 과연 시장이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공급 과잉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의 씨앗이 될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시장 침체로 공급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과잉공급의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수준이다”며 “금융위기 이후 공급량이 워낙 줄었기 때문에 이정도 신규 공급은 감당할 수 있으며 대규모 택지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공급이 몰려 시장이 주저앉을 정도로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공급 과잉으로 인해 신규 분양 아파트 집중지역 주변 주택시장의 가치가 내려앉고, 다시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해 가계 빚의 건전성이 떨어지는 등 걱정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2007년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적어도 400조원이 늘었고 그만큼 구매력도 지금이 그때보다 못한 상황이다”라며 “이들 주택이 완공되는 수년 안에 금리가 인상 기조로 돌아서고 가계부채 악성화가 심화된다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화성시나 동탄신도시의 경우 올해 1만5,000여 가구 입주가 몰리면서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너무 많은 물량이 이처럼 한 곳에 집중될 경우 제 값을 못 받고 파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분양 열풍이 가까스로 살아나고 있는 매매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지금 주택 매매시장이 투기가 아니라 전세난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요자들이 급격히 분양시장으로 몰릴 경우 매매시장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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