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로 이달 재지정 평가
'지정취소 기준' 입법예고 불구
이달 공포 규칙에선 조항 빼고
장관의 동의 절차만 받도록 수정
서울 영훈국제중의 운명에 교육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영훈중은 2013년 입시부정과 회계비리가 드러나 현재 국제중 재지정 평가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교육계에서는 지정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비리를 저지른 사학에 대한 지정취소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영훈중의 지정취소 여부가 모호해지고 있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지정취소 기준조항을 신설해 입법예고 했으나, 이달 5일 공포된 시행규칙에 문제 조항을 빼버린 것이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영훈중이 속한 영훈재단의 비리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한 지정취소 사유를 충족한다. 시행령 제76조는 특성화중에 대한 교육감의 지정취소 사유로 입시비리와 회계부정은 물론 성적조작과 같은 교육과정 부당운영까지 규정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영훈학원 김모(82) 이사장에게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1억원을 확정했다. 김 이사장은 2009년 3월부터 약 1년 간 영훈중 입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학부모들에게서 1억원을 받고, 성적조작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됐다.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영훈중 전 교감 정모씨도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결국 영훈중의 국제중 지정 취소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변수는 교육부가 사학의 경미한 부정행위가 지정취소의 사유가 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데서 비롯됐다. 작년 11월 입법예고된 시행규칙에는 ‘(관련행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장관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지정 취소토록 했다.(본보 2014년 11월 26일자). 하지만 교육부가 실제 공포한 시행규칙에는 지정취소 사유조항은 사라지고, 지정취소 때 장관 동의절차를 받도록 한 조항만 남았다. 지정취소가 당연한 학교라도 앞으로는 장관이 동의해야 취소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법이 개악(改惡)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영훈중 지정취소 결정도 복잡해졌다. 지정취소 결정권이 있는 시교육청의 인사들은 줄곧 “입시비리는 교육의 근본을 흔드는 범죄”라며 지정취소에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경영진 비리보다 학교의 정상적 운영에 방점을 찍을 경우 재지정 쪽으로 기울어질 여지가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영훈중의 국제중 재지정 평가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지정 취소가 결정되면, 청문을 거쳐 4월말이나 5월초 장관 동의절차를 구하게 된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작년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에 이어 영훈중 지정취소 문제를 놓고 시교육청과 교육부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인사는 “시교육청이 지정취소를 결정하면 영훈중 학생을 자녀로 둔 상류층 학부모들의 반대와 로비도 극심할 것”이라며 예상했다. 교육부는 문제의 조항이 삭제된 배경에 대해 법제처가 과잉입법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장관의 지정취소 사유를 규정하는 구체적 훈령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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