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의 어린이집 앞에서 4살 남아가 자신이 타고 온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사가 원생 19명과 인솔 교사를 내려줬으나 이 아이가 차 앞에 있는 것을 모른 채 출발하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인솔 교사도 다른 아이들을 어린이집 안으로 데려가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더 기막힌 것은 행인이 쓰러진 아이를 보고 신고할 때까지 어린이집이 이 사실을 몰라 한동안 도로에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고 신속한 구호마저 받지 못해 숨진 아이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번 사고는 2년 전 충북 청주의 어린이집 앞에서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김세림(당시 3세)양 사건과 판박이다. 사고 후 아버지가 제2의 세림이를 막아달라며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고 청원을 해 일명‘세림이법’이 만들어져 시행된 지 한 달여 만에 똑 같은 사고가 났다.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세림이법에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신고 의무화, 어린이집 운영자와 운전자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등이 담겨있다. 사고를 낸 통학버스는 안전기준에 맞게 구조 변경해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았고 원장과 운전기사는 관련교육도 이수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보면 형식적인 교육에 그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우선은 통학차량 운전자나 교사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효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2년마다 3시간 받도록 된 교육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교육내용도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사고 유형별 예방법을 체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인솔교사 한 명이 도맡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통학차량이 도착하면 어린이집에 있는 교사들도 함께 돕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운전자와 교사가 부모의 심정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어린이의 안전은 온전히 어른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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