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2번 타자의 최고 덕목은 작전 수행 능력이었다. 1번 타자가 출루하면 2번 타자는 자신의 아웃 카운트를 희생하면서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바뀌었다. ‘강한 2번’이 대세다. 조력자가 아닌 해결사로 직접 나설뿐 아니라 큰 것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장타력도 필수다.
지난 시즌 1, 2위 팀 삼성과 넥센은 강한 2번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성은 박한이(36)가 3할3푼1리의 높은 타율과 타점 80개를 쓸어 담았다. 넥센은 줄곧 중심 타선에서 활약한 이택근(35)이 2번으로 변신해 타율 3할6리 21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다.
두 팀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다른 팀들 역시 올 시즌 강한 2번을 준비했다. SK는 ‘56억 사나이’ 김강민(33)이 2번을 맡는다. 김용희(60) SK 감독은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상하면서 1번 이명기의 뒤를 받치는 자리에 김강민을 낙점했다. 가급적 보내기 번트를 대지 않고 강공으로 ‘빅 이닝(한 이닝에 대량 득점을 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김강민은 “2번 타자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걸 준비한다기보다 해왔던 대로 하겠다”며 “지난해에는 1번도 했다. 올해 또 한 번 도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번과 5번을 오갔던 그는 2번 타순에서는 6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LG는 정성훈(35)이 2번에 선다. 지난 시즌 오지환, 김용의, 손주인 등 많은 선수들을 2번 타순에 기용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정성훈은 일단 산뜻한 출발을 했다. 지난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첫 시범경기부터 대포를 쏘아 올리며 강한 2번의 등장을 알렸다.
막내 구단 kt는 이대형(32)을 2번으로 확정했다. 2014시즌 KIA에서 타율 3할2푼3리 40타점 22도루로 발만 빠른 선수라는 인식을 확 바꾼 이대형은 새 유니폼을 입고 1번 김사연(27)과 함께 공격적인 테이블세터를 이룬다. 이외에 롯데 정훈과 NC 김종호, 두산 정수빈, KIA 신종길 등이 각 팀의 2번 타자로 테스트 받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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