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여성의 능력 발휘에 호의적이지 못한 일본 사회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줄곧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지적이라 눈길을 끈다.
1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전날 도쿄에서 산업계 여성 지도자들과 조찬을 하며 “내가 40대 중반에 기독교민주당(CDU)의 첫 여성 당수가 되자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남자여도 총리가 될 수 있냐’고 묻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변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 기업이 일정한 수의 여성을 간부로 기용하도록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일본 과학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여성의 사회활동을 장려하겠다며 2020년까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여성을 3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경력 단절을 감행하면서 목표달성이 어려워졌다. 실제로 BBC는 10일 일본 후생노동성의 최근 조사를 인용, 일본의 20대 기혼 여성 가운데 ‘사회 활동보다 가사나 육아를 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2003년 35.7%에서 지난해 41.6%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여성들이 이처럼 사회 활동을 꺼리는 이유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느는 데 반해 성차별적 관행은 여전히 만연하다는 데 있다. 일본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일하는 아내를 둔 일본 남성 가운데 46%가 가사일을 10%만 거들고 있다. 또한 ‘남녀평등고용’법을 통해 일본은 30년 가까이 고용ㆍ승진ㆍ임금 등에 관해 성차별을 금지해왔지만, 현재 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소득은 남성노동자의 51% 수준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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