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중에는 맥락에 대한 아무 설명 없이 툭 던져둔 듯한 것들도 가끔 있다. AP기자가 10일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 찍은 저 사진도 그 예다. 설명이 없는 까닭은,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저기가 어디든 그가 누구든 상관 말고, 내키는 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라는 이야기.
에어캡 비닐로 포장된 두 개의 인체 형상은 오프라 짐발리스타(Ofra Zimbalista)라는 이스라엘 조각가의 작품인데, 아트마켓 개장에 맞춰 갤러리 지붕에 저 작품들을 설치하는 중이라고 한다.
인부로 보이는 하니스(harness) 차림의 남자는 작품들과 나란히 지붕 난간에 앉아 쉬는 중이다. 안전 로프는 벌써 풀었는데, 턱을 괸 포즈는 조는 듯 느긋하다. 반면에 조각들은 포박당한 듯 사뭇 대조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가운데 작품의 목에 걸린 로프는 섬뜩한 연상을 하게도 한다.
저 곳이 이스라엘이고, 아트페어의 제목이 ‘정화(purification)’라는 건 저 장면과 아무 관련이 없고, 작업이 끝난 뒤 저 풍경도 사라졌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텔 아비브=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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