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일 외교 노선이 고비를 맞았다. 3월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꼽히지만 일본 측의 거듭되는 도발에 우리 정부는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관계 회복 쪽에 무게를 뒀던 정부가 원칙론과 유화론 속에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연초부터 한국의 대일 외교 원칙에 대한 일본의 도발은 끊이지 않았다. 1월 초 일본 내각관방 영토ㆍ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 일본인의 과거 독도 어업활동 그림책 소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정부를 자극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발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2월 22일 열린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2013년 이후 3년째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는 등 독도 관련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 가치를 한국과 공유한다는 내용까지 삭제했다.
이런 도발에도 정부의 대응 기조는 로키(low keyㆍ낮은 목소리)였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거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정도였다. 예년의 대응 수위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11일 한중일 차관보급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이 달 말에는 3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등 한일관계의 전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한일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도 2012년 3월까지 논의됐던 ▦공식 사죄 및 책임 인정 ▦위안부 피해자 배상 등을 골자로 하는 ‘사사에안’을 기초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를 이렇게 경색된 상황에서 맞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 인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일본을 편드는 듯한 동아시아 과거사 발언으로 정부의 대일 기조는 심각한 시련에 직면했다. 8일 일본 집권 자민당이 4월 춘계 대제전 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며 도발 카드를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인내심은 바닥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까지 겹치면 한일관계는 또다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6월 22일 전까지는 전기를 마련해야 하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게 우선”이라며 “6월 이전에 현안들이 잘 풀리면 좋겠지만 꼭 시한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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