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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쓴 편지] 눈꽃이 아닙니다

입력
2015.03.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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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가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변한 밤섬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가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변한 밤섬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구 당인동 사이를 흐르는 한강 위의 조그만 섬 밤섬. 밤알 까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율도(栗島)라고도 불렸다. 1968년, 여의도 건설을 위해 섬이 폭파되자 고기잡이와 약초재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 60여 세대가 육지로 이주하면서 무인도로 변했다. 당시 파헤쳐진 흙과 모래로 흉물스러웠던 섬은 이후 자연과 호흡하며 갯벌과 모래톱이 생겨나고 철새들이 찾아 들면서 2012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아름다움을 되찾아가던 밤섬이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밤섬을 지키는 버드나무가 가마우지 무리의 배설물로 눈꽃이 핀 것처럼 백화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을 모르는 일부 시민들은 하얗게 변한 버드나무를 상고대로 오인하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겨울철새인 가마우지가 떠나는 봄이면 섬은 다시 정상을 찾는다고 한다. 겉으로 보는 아름다운 풍경도 한 발짝 더 들어서면 여러 사연이 숨어있는 것 같다. 하루빨리 하얀색을 벗고 푸른 잎이 싹트는 모습을 보고 싶다.

왕태석 멀티미디어부차장 kingwang@hk.co.kr

민물가마우지들이 꽃샘추위에 놀라 먹이활동을 하지않고 버드나무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들이 꽃샘추위에 놀라 먹이활동을 하지않고 버드나무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밤섬 버드나무에서 햇볕을 쬐는 가마우지들 뒤로 마포 아파트들이 보인다.
밤섬 버드나무에서 햇볕을 쬐는 가마우지들 뒤로 마포 아파트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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