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이블TV 채널 HBO와 인터넷 정액 서비스 독점 계약
손목시계형 애플워치 3종 공개
내달 미ㆍ중ㆍ영 등 9개국 예약 판매
9일(현지시간)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에바 부에나 센터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미국 영화전문 케이블TV 채널인 HBO의 리차드 플리플러 최고경영자(CEO)다.
팀 쿡 애플 CEO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그는 깜짝 발표를 했다. 애플과 독점 계약을 맺고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를 비롯한 애플 기기에서 HBO의 모든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 ‘HBO 나우’를 출시한다는 것이다.
HBO는 미국 케이블TV 시청률 1위 업체로, 종합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의 자회사다. 국내에는 ‘왕좌의 게임’을 비롯해 ‘뉴스룸’‘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대작 영화 못지 않은 유명 TV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HBO의 발표가 남다른 파장을 일으킨 것은 1972년 HBO 창립 이래 유료방송으로만 제공하던 콘텐츠를 애플과 손잡고 인터넷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애플도 HBO의 유료방송 가입자에 한해서만 인터넷TV(IPTV)용 셋톱박스인 애플TV에서 HBO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HBO 고’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내놓는 HBO 나우는 유료방송에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각종 애플 기기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서비스 요금은 월 14.99달러다. 플리플러 CEO는 “인터넷과 애플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HBO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달라졌다. 플리플러 CEO의 깜짝 선언에서 알 수 있듯 애플의 무게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콘텐츠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 이어 이번에 내놓은 HBO 나우는 애플의 콘텐츠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보여주는 사례로,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경쟁업체들이 갖고 있지 못한 강력한 차별화 요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HBO와 제휴를 계기로 드라마나 영화 등 직접적인 콘텐츠 제작까지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는 픽사에 투자해 ‘토이스토리’등 전세계를 흔든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적이 있다.
애플이 이날 공개한 신제품 가운데, 애플TV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애플은 애플TV 신제품 가격을 기존 99달러에서 69달러로 내렸다. 누르는 방식이 아닌 터치로 작동하는 리모컨도 내장했다. 쿡 CEO는 “애플TV는 지금까지 2,500만대가 팔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이날의 주인공으로 예상됐던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 ‘애플와치’ 3종도 공개했다. 모양은 모두 모서리가 둥근 정사각형이며 심장 박동 측정을 비롯해 건강관리 기능, 아이폰과 연동한 전화 받기, 애플페이를 통한 전자결제, 메시지 주고받기 등이 가능하다. 가격대는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18캐럿 금 등 외장 소재에 따라 349달러(약 39만원)부터 최고 1만7,000달러(약 1,894만원)에 이른다.
애플은 다음달 10일 미국, 중국, 영국 등 9개 1차 출시국에서 애플워치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으며 출시일은 미정이다.
이 밖에 애플은 두께 13.1㎜의 노트북 맥북도 발표했다. 기존 11인치 ‘맥북 에어’보다 24% 얇은 이 제품은 12인치 액정화면(LCD)과 8기가(GB) 메모리를 갖췄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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