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 도시농업 조례 제정
에너지 자립 프로슈밍 사업도
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는 텃밭을 일구며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하는 시민들에게는 천국이다.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텃밭이 있고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자텃밭과 옥상텃밭, 자투리텃밭 등도 얼마든지 가꿀 수 있다. 이른바 ‘도시농업’의 메카이다. 일찍이 1999년 길동생태공원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던 강동구는 이후 ‘저탄소 녹색도시’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강동구의 도시농업은 이해식(52) 구청장의 역점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1995년 강동구 지방의회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환경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특히 그는 2008년 강동구청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도시농업’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도시에서도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도시의 자족도를 높이고 건강과 환경개선, 공동체 회복 등 도시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오랫동안 고립된 상태에서도 도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도시농업 설계 덕분입니다.”
이 구청장은 2010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텃밭 규모를 늘려나갔다. 지난해에는 서울 자치구 중 최대규모인 6,000구좌 12만1,279㎡규모의 텃밭을 보급했다. 상자텃밭 등만 해도 1만8,000구좌(약 36만3,837㎡)에 이른다. 2020년에는 ‘1가구 1텃밭’을 달성할 계획이다. 2013년부터는 공동체 텃밭 등에서 경작한 수확물 70%를 기부 받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판장 ‘싱싱드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싱싱드림 등록회원은 5,270명, 총매출액 4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는 강동과 송파의 41개 초등학교에 공급됐고, 올해에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등 50곳에도 보낼 예정이다. 이 같은 도시농업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도시농업분야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에너지 자립도시를 이루기 위한 에너지 프로슈밍(Prosuming) 사업도 돋보인다. “에너지 프로슈밍은 에너지 소비자(Consumer)와 에너지 생산자(Producer)를 합성한 단어로 ‘절전함으로써 발전효과를 거두자’는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절약’과 ‘발전소’를 합한 개념이 ‘절전소’이다. 강동구 제1호 절전소는 ‘십자성’마을이다. 1974년 월남전 참전 상이용사들의 마을인 이곳에는 30가구가 주택 태양광을 설치, 이 가운데 8 가구가 한전 전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마을을 방문한 미란다 유로이어 독일 베를린대학 교수는 ‘십자성마을은 전 세계 거대도시들의 에너지정책을 선도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절전소는 올해에 100~300세대 단위의 마을 공동체, 마을문고, 기업체, 복지관, 학교, 종교시설 등 3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德政’(덕정), ‘時和年豊’(시화연풍)이라는 두 개의 액자가 걸려 있다. ‘덕으로 다스린다’와 ‘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의미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큰 덕목이자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그는 “눈앞의 편의나 효율만을 앞세워 자연과 맞서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향해 지금처럼 한발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1985년 서강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1995년 강동구의원으로 출마해 최연소 최다득표를 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시의원을 두 차례 지낸 그가 전국적인 화제인물로 떠오른 것은 2008년 강동구청장 보궐선거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면서부터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재보궐 선거 44연패 후 여당이 얻은 첫 승리였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다. 이어 2010년, 2014년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3선이 됐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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