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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밥풀 히스테리

입력
2015.03.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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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밥의 고소한 냄새는 언제라도 누구라도 기분 좋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을 보건소 강좌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교육에 중요하단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밥상 예절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잔소리를 빼고 밥을 온전히 먹이기가 어렵다. 돌아다니고 흘리고 안 먹는다고 떼쓰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난 후 식탁 밑을 청소하다 보면 흘리는 게 반이다. 바닥에 떨어진 찐득한 밥은 손과 발에 들러붙어서 끈끈하고 닦아내기 어렵다. 아이들 소매에 앞섶에 붙은 밥풀은 얼른 떼어내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서 엉킨다. 아무리 닦아내도 여기저기 시도 때도 없이 발 밑에 들러붙는 밥풀 때문에 양말을 여러 번 갈아 신게 되기도 한다. 밥풀 히스테리가 생길 지경이다.

돌 된 갓난이는 밥을 주면 숫제 손에 가득 쥐고 주물럭거린다. 재미있는 놀이인가 보다. 잘 익은 오렌지나 토마토를 던지며 축제를 벌이듯이, 언덕에서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굴리며 내려오듯이, 커다란 통에 포도송이를 넣고 신나게 밟아 터뜨리듯이 그런 축제인지도 모르겠다. 얼마간 아이들의 유별난 밥풀 사랑을 견뎌야 할 것이다. 숟가락 젓가락이 익숙해질 때까지 말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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