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힌 채 자동차 조립 업무를 해오다 허리를 다친 근로자가 법원 판결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강원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1989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22년간 자동차 조립부에서 일해왔다. 그는 하루 평균 10시간씩 자동차에 시트벨트와 시트벨트 걸이를 부착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또 5kg짜리 모터 80∼200개를 들어서 차량에 장착하거나 30kg짜리 볼트박스를 작업장소로 운반하는 일도 했다.
대부분 작업이 허리를 구부리거나 옆으로 비튼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일하는 동안은 허리를 펼 틈이 없었다.
김씨는 2012년 3월 어느 날도 여느 때처럼 30kg짜리 볼트박스를 들어올리다 허리에 통증을 느꼈고, 이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반복동작을 함으로써 허리에 부담을 주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며 “김씨가 볼트박스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거나 적어도 기존에 있었던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김씨의 업무가 다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수행해야 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허리를 다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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