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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 소독실 분무장치 고장 나고 외부인 통제도 안돼… 방역 '요식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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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 소독실 분무장치 고장 나고 외부인 통제도 안돼… 방역 '요식행위'

입력
2015.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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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경기 안성시 삼죽면의 한 방역초소. 높이 2m, 폭 1.5m 가량의 ‘출입자 소독실’에 들어갔던 사료 운반트럭 운전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왔다. 소독실 내 소독약 분무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인근 한우 농장을 방문한다는 운전자는 결국 U자형 소독기 위를 차량이 지나는 것으로 대충 때우고 방역초소를 통과했다.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소독은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농장의 외부인 출입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등 당국의 방역 대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3개월이 다되도록 가축 전염병이 사그라지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9일 현재까지 구제역ㆍAI로 전국 288농가에서 소ㆍ돼지 11만5,927마리, 가금류 357만4,000여수를 땅속에 묻었다. 경기지역에서만 소ㆍ돼지 3만1,190마리(46농가), 가금류 174만9,000마리(22농가)가 살처분됐다. 안성은 구제역 16농가 1만6,607마리, AI 12농가 13만6,000마리로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하지만 당국의 방역망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와 안성시는 구제역ㆍAI 발생농가 인근 3km 지점 등 모두 9곳에 통제ㆍ거점 초소를 두고 있었으나 차량, 운전자 등에 대한 소독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일부 초소에선 운전자를 소독하는 ‘출입자 소독실’내 분무 장치가 아예 고장 나 있었고 청결이 유지돼야 할 발판 소독조 등에는 흙과 잡풀이 잔뜩 쌓여있었다.

방역요원이 직접 분무형 소독기를 이용해 진행하는 차량 실내 소독도 시늉만 내기 일쑤였다. U자형 소독기에서 소독약이 분사되기도 전에 지나쳐버리는 차량이 있지만, 방역요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 차량 내외부와 운전자가 충분히 소독돼야 농장 출입을 허용하는‘소독필증’을 발급하도록 한 근무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농장의 자체 방역망 역시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지난달 11일 AI가 발생한 한 오리농장은 아직도 분변 등을 치우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밀폐돼야 할 출입문 등도 보란 듯이 열려있었다. 안성시 관계자는 “분변을 치우는 게 맞지만, 새 동물을 들여오는 입식이 아예 금지돼 있다 보니 3~4곳이 미루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우농장 등에서도 외부인을 차단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월 한우 구제역이 발병, 긴장감이 흐를 법했으나 출입구에 설치된 소독시설 등은 사용한지 오래돼 보였다. 한 농장주 김모(53)씨는 “벼농사 철과 겹치는 영농기여서 농장에만 신경 쓰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방역이 허술했던 탓인지,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어려움을 겪은 농가 상당수가 이번에 다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시에 따르면 일죽면 A농장 등 모두 8곳(전체 53%)이 4년 전 구제역이 났던 곳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곳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 등에 신경을 더 썼지만, 방어력이 약한 개체에서 백신의 효능이 떨어졌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2011년 발생 현황을 올해와 비교해 관리하진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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