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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바닥난 중앙·지방 "재정 어렵다" 예산폭탄 돌리기

입력
2015.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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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복지비 年 11%씩 느는데 지방 예산 1.2% 증가 턱없이 부족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에 무게, 전문가들 "증세 없인 해결 못해"

“정말 교육재정이 어렵다. 우리 교육이 아프다.”(지난해 11월 장휘국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

“중앙정부가 (재정 상황이)어렵긴 더 어렵다. 죽을 지경이다.”(같은 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들은 서로 “내가 더 아프고 죽겠다”고 으르렁댔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공약을 내건 것은 대통령인데 비용 부담을 왜 교육청에 떠넘기냐며 반발했고,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의 교육청 부담은 이미 사전 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이런 갈등은 여야가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예산 부족분 1조7,000억원 중 5,064억원을 중앙 정부가 목적예비비로 편성해 우회 지원하기로 하면서 잠시 봉합되는 듯 했지만 지방교육재정부담금 지원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다시 불거질 기세다. 예비비 지원을 감안해 누리과정 예산을 2월까지만 편성한 광주교육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서울 인천 제주 강원 전북 등 다른 교육청도 3월까지만 예산을 편성해 자칫 전국적인 ‘보육 대란’이 벌어질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중앙 정부와 재정 분담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은 광역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5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주요 복지제도 변경으로 인해 올해는 2013년 대비 2조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라며 2006년 이후 동결된 지방교부세 비율(내국세의 19.24%)을 21.24%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갈등의 원인은 단순하다. 고령화와 정부의 복지 확대로 지자체 복지 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지자체가 버는 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2013년 6년 간 지자체의 사회복지비 지출은 연 평균 11.1%씩 불어난 반면 지방 예산은 1.2%밖에 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방 예산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4.6%에서 2013년 23.4%까지 치솟았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돈을 쌓아둔 채 야박하게 구는 것도 아니다. 복지 지출은 대부분 중앙 정부의 국고보조금과 지방 정부의 매칭(대응 지방비)으로 이뤄져 중앙정부의 부담도 해마다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정부는 이런 지방재정 부족현상의 대안으로 세입 확충보다는 세출 구조조정에 무게를 둔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난해 12월 교육청의 교육재정과 지자체의 지방재정을 통합 운영해야 하고, 교육청의 누리과정 편성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구조에 대한 변화 없이 세출 구조조정 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족한 교육재정을 지방재정으로 메우겠다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중앙정부의 일부 세목을 지자체에 넘겨주는 대신 지자체의 세출에 대한 책임성도 함께 높이는 방식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기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결코 지방의 재정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당연히 뒤따른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는 “증세를 하지 않고서는 이런 (중앙과 지방의 재정갈등이라는)시대적 국면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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