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0대 남성 긴급체포
경찰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80대 재력가 할머니 사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전 세입자였던 6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결정적 단서는 현장에 남아 있던 범인의 유전자정보(DNA)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5일 도곡동 자택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함모(88)씨를 살해한 혐의로 정모(60)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6일 함씨의 손을 묶었던 끈과 함씨의 목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DNA를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DNA는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현장에서 일부 지문을 채취해 분석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함씨 집 인근에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200여명을 추려낸 후 DNA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압축,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정씨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씨 소유의 다세대 주택에 살았던 세입자로 최근에는 인근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정씨는 현재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최근 우울증 약을 복용할 정도로 우울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함씨는 도곡동에 아파트 한 채와 2층짜리 주택 등 3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매달 200만~3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받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졌다. 또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생활해오다 변을 당했다. 함씨는 발견 당시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으며 두 손이 팔짱 낀 것처럼 몸 안쪽으로 놓여 운동화 끈으로 묶여 있었다. 방 안에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경찰은 “보름 전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복면을 쓴 남자가 침입해 할머니가 ‘도둑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놀라지도 않고 집안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야 자리를 떴다”는 유가족의 진술에 따라 함씨의 재산을 노린 면식범의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당시 함씨는 “친척이나 택배 직원인 것으로 착각하고 현관문을 열어줬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