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구속한 현역 군인 5명중 4명이 군사법원에서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80%가 석방된 것이다. 동일 사건으로 민간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예비역 군인과 일반인 17명은 한 명도 풀려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수사 중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것은 증거인멸이나 조작 등의 위험성이 있다. 군사법원이 현역 군인들을 석방한 것도 마찬가지로 수사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군사법원은 석방 사유를 합수단 측에 적시하지 않은 채 적용한 법 조항에 대해서만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식이라면 방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과 검찰의 합동수사체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 핵심 피의자들을 조기 석방하면 합수단이 더 이상 수사를 확대할 수 없어 사건을 미봉할 수밖에 없고, 재판에서도 제대로 공소유지를 하기 어렵다. 실제로 풀려난 일부 영관급 장교들이 진술을 180도 바꾸는 바람에 수사가 도처에서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군 사법체계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군사법원 판사는 각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임명하는 구조다. 따라서 애당초 군 수뇌부의 이해관계에 저항하는 독립적인 재판이 어렵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는 ‘관할관’이 되는 것도 문제다. 관할관은 수사착수부터 기소단계까지 검찰관을 지휘ㆍ감독한다. 재판장과 주심 판사를 결정하고, 감형도 할 수 있다. 관할관이 군사법원과 군 검찰을 동시에 통제하는 초법적인 존재인 셈이다. 때문에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군 내부의 비리를 덮으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이 그 간의 경험이었다.
따라서 군 사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재판을 위해서는 군 검찰과 군사법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군 수뇌부와 지휘관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시와 평시를 구분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평시에는 군 검찰과 군사법원이 항명이나 탈영, 기밀누설 등의 군 범죄만 담당하고, 일반 범죄는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도 더 이상 군의 특수성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방산비리가 너무 크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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