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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힙합·덤스텝… 팝의 여왕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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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힙합·덤스텝… 팝의 여왕은 늙지 않는다

입력
2015.03.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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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는 늙지 않는다!’ 13번째 정규 앨범 ‘레블 하트(Rebel Heart)’를 내놓는 마돈나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스무 살 처녀 같은 사진 속 얼굴에 항상 예민하게 최신 유행을 따르는 음악에서 나이를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58년 개띠로 올해 57세. 배우 조형기, 가수 설운도와 동갑인 마돈나가 30년이 넘도록 정상에서 젊은 가수들과 나란히 지낼 수 있는 것은 나이를 잊은 도전정신 덕분이다. 남자친구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처럼 그는 늘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음악가들과 협업해 자신을 혁신한다. 9일 국내 발매된 ‘레블 하트’도 마찬가지다. 힙합 스타 카니예 웨스트와 나스 그리고 니키 미나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의 1인자들인 아비치와 디플로 등 정상급 음악가들을 대거 초대했다.

‘하드 캔디’(2008)와 ‘MDNA’(2012)를 듣고 실망한 팬이라도 이번엔 기대해도 좋다. “1998년 ‘레이 오브 라이트’와 함께 최근 20년 새 나온 마돈나 앨범 중 최고”라는 미국 시카고 트리뷴의 리뷰가 빈말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의 최고 전성기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신 트렌드를 좇아야 한다는 강박에 길을 잃고 헤매던 마돈나가 드디어 중심을 찾은 느낌이다. 마돈나 고유의 팝적인 선율을 지키면서 일렉트로닉과 힙합 리듬을 부담 없이 껴안았다.

첫 곡 ‘리빙 포 러브’가 단적인 예다. 마돈나 자신의 것이었으되 한동안 외면했던 말랑하고 낭만적인 선율을 최신식 비트로 포장했다. ‘라이크 어 프레어’(1989) 시절 즐겨 쓰던 팝 멜로디와 가스펠 백보컬, 주 선율을 강조하는 피아노의 리듬에 하우스 장르의 클럽용 댄스 비트가 매끈하게 연결된다. 75분에 이르는 19곡의 노래(딜럭스 버전 기준, 일반판은 14곡 수록)가 이처럼 히트 차트에서 갓 끌어들인 최신 스타일과 마돈나 고유의 팝적인 스타일을 유연하게 오간다.

오랜 팬들이 반길 만한 곡들이 꽤 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경쾌한 스트로크 위에 전자음을 살짝 얹은 ‘데블 프레이’, 강한 비트의 발라드 ‘고스트타운’ 등은 전성기 마돈나의 창법을 연상시킨다. 미디엄 템포의 ‘존 오브 아크’를 부르는 그는 영락없이 90년대 초의 마돈나다. 카니예 웨스트가 프로듀스한 ‘홀리 워터’는 아예 마돈나의 90년 빌보드 1위곡 ‘보그’ 일부분을 차용했다. 웨스트가 참여한 ‘일루미나티’, 미나즈가 래퍼로 참여하고 디플로가 프로듀스한 ‘비치 아임 마돈나’ 등은 최근 젊은 층이 좋아하는 힙합, 덥스텝 장르를 적극 껴안는다.

영국 가디언의 지적처럼 “마돈나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잘 섞이지 않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이전 앨범과 달리 후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진 않다. 둘 사이의 간극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음과 귀를 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음악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레블 하트’가 말하는 듯하다. ‘팝의 여왕’ 자리는 여전히 마돈나의 것이라고.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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