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독립영화관 경주 (오후 12시 30분)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은 친한 형의 부고로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 최현은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리고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은 최현은 아름다운 윤희(신민아)를 만난다. 최현은 윤희에게 대뜸 “춘화를 못 봤냐”고 물었다 뜻하지 않게 변태로 오인 받자, 찻집을 나선 최현은 과거의 애인 여진을 불러 경주로 오게 한다. 반가워하는 최현과 달리 내내 불안해하던 여진은 곧 돌아가 버린다. 윤희는 다시 찻집을 방문한 최현을 지켜보다 차츰 호기심을 느낀다. 최현은 윤희의 저녁 모임 술자리까지 동석하며 둘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영화 경주는 낯선 도시에서 펼쳐지는 설레는 만남을 그린다. 영화는 우아한 첫 인상과 달리 엉뚱한 여자 윤희의 시선으로 1박2일 간의 최현을 따라잡는다. 천년고도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련의 우연한 사건들과 새로운 인연은 관객들에게 낯선 설렘으로 다가간다. 그동안 역사 유적지로만 여겨졌던 경주의 숨겨진 환상과 낭만을 새롭게 전하며, 천년의 역사가 깃든 도시 경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문호수의 절경과 찻집 아리솔의 풍취,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고분능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다. 155여 개의 거대한 고분들이 영화 곳곳에서 배경으로 다뤄지며 신비로움을 한층 더한다. 최현이 경주의 이곳 저곳을 누빌 때마다 항상 거쳐 가는 고분들과 늦은 밤 술기운에 취해 왕릉을 오르는 최현과 윤희, 영민(김태훈)의 모습에서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느낄 수 있다.
이현아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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