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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물이 무슨 죈가

입력
2015.03.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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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들에 의해, 2013년 12월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호랑이에 의해, 각각 한 명씩 두 명의 사육사가 숨졌다. 사건이 발생하면 재발 방지를 위해 그 원인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여론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동물원 측은 동물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으로 처리했다. 운명을 달리 한 사육사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어떠할 지, 미루어 짐작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이 안정을 되찾기만을 바랄 뿐이다.

눈을 돌려 문제가 됐던 동물들을 다시 보자. 어린이대공원의 사자와 서울대공원의 호랑이는 관람객들이 볼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다. 그 갇힌 공간이 사람의 관람만 차단했을 뿐 다른 동물의 사육시설에 못지않은 환경을 제공한다면 크게 이의제기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원이 각 동물에게 제공하는 면적은 비좁고 시설은 열악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관람 장소 이면에 있는 사육장이 해당 동물에 적합한 환경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격리된 동물들은 무리들과 유대 관계가 차단돼 겪을 스트레스도 고려해야 한다.

혹자는 안락사를 주장했다. 그러니 이면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것만도 어디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동물을 인격화시켜 놓고 동물의 책임을 따지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과 동물을 동격으로 놓고 책임 소재의 유무를 따질 만큼 진보적인 인류 사회였다면 애초에 동물원이라는 것도 생겨나지 않았겠지만, 동물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동물을 인간과 견줄 만큼의 권리적 주체로서 대할 때 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동물이 먹잇감을 사냥 하는 것 외에 상대를 공격하는 것 대부분은 자신이 위협을 느끼거나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을 때다. 동물 사육장은 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동물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존재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은 본능이다. 호랑이나 사자를 고양이 정도로 생각하고 들여와 전시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맹수에게, 길들여진 고양이 같은 행동을 요구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맹수를 인간 생활 영역 내에서 관리할 때에는 정교한 관리 규칙이 있어야 하고 관리 지침이 철저하게 실행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인간이 벌려놓고 인간이 관리하는 일인 만큼 인간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 인간은 바로 우리 모두이다. 동물 관람을 요구하는 우리이며, 동물 전시를 통해 유형, 무형의 이익을 취하는 우리이며, 정당치 않은 일에 무관심했던 우리이다.

경영 구조를 보면 보통의 동물원은 적자 운영을 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때문에 인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해당 동물에게 책임을 물어 ‘죽여야 한다’거나 ‘뒷방 신세’로 전락시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야생동물은 자연에서 태어나 다양한 생태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생사는 자연이 결정한다. 자연 생태를 거스르며 인간이 동물을 잡아서 가두고 전시하며 구경거리로 삼은 역사는 권력과 부를 가진 제국의 정복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이국의 동물들을 신기하게 여겨 잡아오고 가두어 즐겨 보는 것으로 시작한 동물원의 역사는 기원전 1,800~1,200년 이집트에서 시작해 중국, 그리스, 로마로 이어졌다. 근대에는 오스트리아 쇤부른궁전 동물원에 이어 대중에 공개된 최초의 근대동물원인 영국 런던동물원을 거쳐 전세계로 확산됐다. 동물 본래의 삶을 파괴해 울타리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동물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사고 결과의 책임을 동물에게 전가시키지 말아야 한다. 뒤늦게나마 동물을 최선의 자리로 옮기는 양심이 작동하기를 바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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