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해군 예비역 소장 영장… 수뇌부로 수사 확대 양상
적발 규모 해군 1700억 최다 "구조적 비리 드러난 건 처음"
통영함 탑재장비의 시험평가 결과를 조작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예비역 해군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영함 납품 비리와 관련, 장성급이 연루된 것은 처음으로, 수사가 해군 수뇌부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8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해군 군수사령관(소장) 출신 임모(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는 2009년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 근무시절, 통영함에 장착할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다. 합수단은 같은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된 예비역 해군 대령 김모(57)씨로부터 “당시 직속상관인 임씨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진술을 확보, 같은 날 임씨를 체포했다.
임씨 등이 납품편의를 제공한 업체는 미국 방산업체인 하켄코(Hackenco)이며, 합수단은 이들이 대가로 뇌물을 받았는지도 확인 중이다. 검찰과 합수단이 지금까지 하켄코사의 통영함ㆍ소해함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뒷돈을 받거나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한 전ㆍ현직 해군 영관급 장교는 모두 6명에 이른다. 다만 이들은 모두 방위사업청 근무시절 또는 전역 후 브로커 활동을 하면서 하켄코사와 유착한 반면, 이번에 적발된 임씨와 김씨는 해군본부 핵심 부서에 있으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해군 최고 윗선의 비리 가담 정황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2009년 통영함 사업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해군고속함ㆍ정보함 사업과 관련해 STX그룹 등 2곳에서 8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옥근(63) 전 총장이다. 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통영함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황기철(59) 전 참모총장도 조만간 합수단에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황 전 총장은 작년 감사원 감사 사 땐 연루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24일 전격 경질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해군 수뇌부의 비리 연루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통영함 사업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는 계속 추적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로 합수단 출범 100일을 맞은 가운데, 합수단의 ‘칼끝’은 주로 해군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비리가 적발된 사업 규모 1,981억원 가운데 해군 사업이 1,707억원(▦유도탄 고속함 디젤엔진 735억원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 70억원 ▦정보함 도ㆍ감청장비 230억원 ▦통영함 41억원, 소해함 631억원)으로 가장 덩치가 크다. 재판에 넘겨진 전ㆍ현직 군인도 육군과 공군이 각각 2명과 3명인 데 반해, 해군은 10명이나 된다. 군 소식통은 “해군의 구조적인 비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군은 타군에 비해 배타적이고 응집력이 강한 조직문화 탓에 음성적인 비리가 쌓여 왔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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