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는 눈 앞에 선 조랑말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말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없고 또 조금은 두렵기도 해서 손은 뒷짐을 졌는데, 지금 그가 감춘 건 손이 아니라 말의 콧잔등이라도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랑말의 표정은 시큰둥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꼬마는 지금 사랑에 빠졌다. 3월 6일 쿠바 아바나의 나른한 봄날.
알렉소 카르모나라는 저 아이와 코코라는 이름의 조랑말은 두 살 동갑이다. 코코의 주인은 다섯 마리의 조랑말을 끌고 나와 아이들에게 돈을 받고 태워준다. 코코 곁에 다른 조랑말들이 서 있다는 얘기다. 카르모나가 유독 코코에게 마음을 빼앗긴 까닭은 알 수 없다. 연인에게 던지는 가장 흔한 질문이지만 누구도 해답을 말하지 못한 것. 왜 내가 좋아?
외신은 과연 카르모나가 코코를 탔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탔든 못 탔든, 카르모나의 코코에 대한 갈증이 저 하루의 체험으로 뿌듯해질 수는 없다. 채우지 못한 갈망은 카르모나의 기억을, 어쩌면 코코보다 더 크게 자란 뒤까지, 끌고 갈 것이다. 어떤 기억은 운명 속에도 흔적을 남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아바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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