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공포증 투병 대전 소재순 주부, 최면 치료 통해 평생 트라우마 극복
SNS 모임 가입 소통 '제2 인생' 소년소녀가장 돕기 거리 모금 솔선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나 새로 시작한 인생인 만큼 뭔가 뜻 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희귀 공포증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최면 치료로 공포에서 벗어난 뒤 사랑나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두 아이의 엄마인 소재순(38ㆍ대전 서구 둔산로)씨.
소씨는 어려서부터 깃털 종류만 보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새나 닭을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오리털 점퍼조차 입을 수가 없었다. ‘깃털공포증’이었다.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인 것은 지난해 10월. 건설회사 공무팀장인 그는 한국건설교육원이 마련한 한 강연회에서 동기부여 전문 강사인 남불(49)씨로부터 최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최면 치료로 각종 공포나 스트레스를 말끔히 털어낼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남씨의 청주 사무실을 찾아 최면 치료를 부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두 차례의 최면치료 후 깃털공포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최면 상태에서 소씨는 엄마 등에 업혀있던 두 살 적 누군가가 파란색 깃털 인형을 자신의 뺨에 문지르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 인형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떠올린 순간, 깃털공포증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남씨는 “어릴 적 아픈 경험이 잠재의식 속에서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태어나 처음 맛보는 행복감에 소씨는 날아갈 것 같았다. 그 길로 의류매장으로 달려가 오리털 점퍼부터 사 입었다.
남씨의 소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친목모임인 ‘불사조’에 가입해 사람들과의 소통도 넓혀갔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새 삶을 얻게 된 소씨는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월 불사조 회원들에게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한 돼지저금통 모금을 제안했다. 신입 회원의 제의에 즉각 여남은 회원이 화답했다. 각자 돼지저금통을 마련해 작은 정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 들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조원구 한인회장은 모금에 보태라며 100달러를 불사조에 전달했다.
이들은 모금시작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8일 오후 충북 청주도심의 상당공원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각자의 돼지저금통을 깨보니 모두 120여만이나 됐다. 불사조 김관식 회장은 “소재순씨의 특별한 사연을 접한 회원들이 그의 사랑나눔 활동 제의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돼지저금통 모금은 계속 이어가면서 연간 4차례 이상 거리모금 활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줄 몰랐다. 더 없는 행복감을 준 여러분들을 위해 사랑하고 봉사하며 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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