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잠시 접은 갈매기 한 마리가 서강대교 가로등에 올랐다. 비행기 궤적을 바라보며 뭔가 중얼거리는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 종족이 거지갈매기로 불리게 됐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인간들이 호기심으로 던져주던 새우깡 맛에 길들여지고부터 일거야. 넘치는 적선 덕에 석모도와 연평도의 몇몇 친구들은 피둥피둥 살이 올랐지.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가 구걸을 원했던 건 아냐. 우리의 원래 꿈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이었어’홀로 남은 갈매기는 어느덧 리처드 바크의 소설 속의 주인공 ‘조나단’이 되어 비상의 꿈에 빠져 든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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