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시 연고점 찍고, 시가총액도 3년10개월 만에 최고
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 결정 등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기대감
주식시장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6일 형(코스피지수)과 아우(코스닥지수)가 동시에 연고점을 찍었고, 시가총액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올 들어 15% 가까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닥의 질주는 예사롭지 않다. 생산, 투자, 소비 등 각종 경기지표가 꺾이고 물가마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56포인트(0.73%) 오른 2,012.94를 기록했다. 사흘 만의 2,000선 재탈환인 동시에 연중 최고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들의 시가총액도 1,25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이전 기록(2011년5월2일 1,250조3,000억원)을 3년 10개월 만에 넘어섰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는 훨씬 더 매섭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4.41포인트(0.70%) 오른 635.84. 올 들어 상승률이 코스피(4.49%)의 3배가 넘는 14.83%에 달하면서 2008년 6월9일(637.00) 이후 6년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169조9,000억원)은 매일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는 건 세계 각국의 돈 풀기 경쟁에 따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다. 중국이 금리를 내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부터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하는 등 돈 풀기가 이어지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르는 중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들이 1조1,349억원의 주식을 사들인 것만 역시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체질 개선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다음카카오, 컴투스, 메디아나 등 우량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고,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 수도 작년 말 15곳에서 현재 17곳으로 늘어났다. 최치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부 팀장은 “과거에는 시장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관련주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제약, 모바일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투자자들이 살만한 우량 종목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성장성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 종목들이 늘면서 유동성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급등에 따른 부담감은 있지만 완만한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가 실제 국채매입에 나서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나는 경우 유동성 장세에 따른 주가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 하지만 코스닥의 경우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형님’ 코스피의 2,000선 회복으로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의 경우 올 들어 외국인들이 오히려 1,33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들의 관심에서 다소 비껴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약화한 틈을 타서 오르는데, 코스피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코스닥의 강세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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