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솜방망이 처벌 우려도
미국 정부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미국에 대한 징벌’이라며 두둔한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 여론이 더욱 차가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국무부는 5일 내놓은 성명에서 “한미동맹은 공고하며‘분별없는 폭력 행위’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와 빠른 쾌유를 빌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리퍼트 대사의 조기 업무 복귀를 시사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퍼트 대사는 이라크에서 1년간 복무한 ‘터프 가이’이며,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해 업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전직 외교관과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 들이면서도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주한 미 대사관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테러 공격이 서울에서 발생한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한미 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관들이 근무지에서 위험에 직면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고 외교관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한미 관계를 균열시키려는 북한과 남한 내 세력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야만적이고 비겁한 행동의 결과로 오히려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 (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도 “이번 공격은 정신적으로 문제 있고 과거에도 일본 대사를 공격했던 개인의 소행일 뿐 외교적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무장세력 공격으로 사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대사의 사례와도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한미동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며 “그러나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피습 사건을 미국에 가해진 징벌로 표현한 북한에 분노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미 대사 피습, 응당한 처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리퍼트 대사의 상태나 수사 상황보다는 북한의 비상식적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레리 닉시 선임고문은 “북한의 터무니 없는 반응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냉소적 시각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닉시 고문은 다만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이 일본 대사를 공격하고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을 겨냥, 과거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면 미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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