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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취감… 그러나 보상과 찬사엔 무관심한 '숨은 실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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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취감… 그러나 보상과 찬사엔 무관심한 '숨은 실력자들'

입력
2015.03.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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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ㆍ박슬라 옮김

민음인 발행ㆍ360쪽ㆍ1만6,000원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든, 반 헬일런의 공통점은? 바로 음반 녹음기사 앤디 존스가 참여한 앨범을 만든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음향 전문 잡지 ‘사운드 온 사운드’가 “록음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운드”라 평한 레드 제플린의 네 번째 음반, 그 중에서도 ‘when the levee breaks’(둑이 무너져 내릴 때)는 당시 유행한 녹음 기법-드럼 사운드를 죽이고 더 가까운 곳에서 음악이 들리게끔 한 기법-에서 벗어나 드럼 치는 본 햄의 머리 위에 마이크 두 대를 설치하고 음향 신호를 압축해 에코 유닛으로 처리했다. 드럼 사운드를 증폭시키고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효과를 낸 이 음반이 명반으로 꼽힌 비결 중 하나다.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직업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 자체로 높은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 그러나 정작 외부의 찬사나 보상에는 별 관심 없는 엘리트를 ‘인비저블(Invisiblesㆍ보이지 않는 이들)이라고 명명한다. 잡지 뉴요커의 사실 검증 전문가로 일한 적 있는 저자가 애틀랜틱에 기고한 ‘사실 검증 전문가와 마취 전문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이 책의 시발점이 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을 잘 할수록 많은 관심을 받지만 인비저블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뭔가 잘못됐을 때뿐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사실 검증 전문가를 비롯해 마취 전문의, UN 동시통역사, 초고층 빌딩의 구조공학자 등이다.

저자는 분야별 최고의 숨은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경영학?사회학 권위자의 통찰력을 결합시켜 인비저블이 고난도의 도전을 즐기고,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몰입을 경험하고, 깊은 성취감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풍부한 경험과 행복에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다른 특징은 “직업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일부러 외부 세계나 최종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 실력을 알아주는 것이 인비저블이다.

미국 사회에서 조용한 영웅-인비저블의 발견은 새로운 노무관리 방식으로도 주목할 만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통찰이 똑같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고급인력이 넘쳐나지만 한 없이 부족한 일자리 탓에 구직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나라에서, 수십 년 숙련 노동자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하루 아침에 구조조정 당하는 게 당연한 나라에서 말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일자리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인비저블이 되라”며 열정을 착취하는 도구로 쓰이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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