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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들여다보기와 내다보기

입력
2015.03.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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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는 ‘보다’와 관련된 단어가 참으로 많다. 가려보다, 살펴보다, 알아보다, 훑어보다, 노려보다, 뜯어보다, 눈여겨보다, 건너다보다 등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열 개가 훌쩍 넘는다. 놀라운 건 각각의 보다마다 뜻이 조금씩 다 다르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어떤 보다를 적용해서 볼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 대강 훑어봐서는 안 되고 눈여겨봐야 할 사람을 얼렁뚱땅 건너다봐서도 안 된다.

이 무수한 보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다는 바로 ‘들여다보다’와 ‘내다보다’이다. 들여다보는 것은 밖에서 안을 보는 일, 가까이서 자세히 살피는 일이다.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들여다보는 사람은 시시로 엄습하는 지루함을 이겨내야 하고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잃어서도 안 된다. 오랫동안 들여다보다 보면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순간에 찾아오는 짜릿함은 그간의 긴 기다림을 잊게 만들어준다.

내다보는 것은 안에서 밖을 보는 일, 먼 곳을 보는 일, 앞날을 미리 헤아리는 일이다. 내다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어서는 안 된다. 또한 들여다보기를 거치지 않으면 내다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이 지금 있는 자리를 이해하지 않은 채 바깥을 파악하고 내일을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과, 내다보면서 세계와 가까워지는 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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