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감독 102번째 작품 '화장'
강 감독, 노년의 사랑 '장수상회'
'대가 예우' 없이 내달 9일 동시에… 배급사 간 힘겨루기 시각
충무로 신사도가 깨졌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과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가 같은 날 개봉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영화계 원로 감독과 간판 흥행 감독이 맞붙게 되면서 대가를 예우하던 충무로의 낭만적 전통도 사라지게 됐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화장’과 ‘장수상회’는 내달 9일 개봉한다. ‘화장’은 임 감독의 102번째 작품으로 김훈씨의 동명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해 촬영 전부터 영화계의 화제를 모았다. 암투병 아내를 간호하는 한 회사의 중역이 젊은 여직원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고뇌를 그리고 있다. 안성기와 김규리가 주연을 했다.
박근형 윤여정 주연의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의 변신으로 주목 받는 작품이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며 충무로 블록버스터 역사를 써왔다는 평가를 받은 강 감독은 전작 ‘마이웨이’가 흥행 참패하며 재기를 모색해 왔다. 대작 전문으로 입지를 굳혔던 강 감독은 제작비 30억여원을 들여 노년의 사랑을 그린다. ‘장수상회’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장수상회’의 개봉시기를 내달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9일 개봉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무로는 ‘화장’과 ‘장수상회’의 맞대결을 의외로 받아들인다. ‘화장’이 임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르기에 다른 한국영화들이 개봉일을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이 영화계에서 유력했다. 임 감독의 전작 ‘달빛 길어올리기’의 경우 2011년 개봉 당시 충무로 빅3였던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공동 배급했다.
임 감독과 강 감독이 맞대결하게 된 배경에는 ‘화장’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힘겨루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틀빅픽쳐스는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에 맞서기 위해 2013년 설립된 투자배급사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일부 회원들이 출자했다. ‘화장’이 개봉을 확정한 뒤 ‘장수상회’가 같은 날로 개봉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상징성이 큰 두 감독의 비슷한 작품이 한날 개봉하는 것은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정과 조율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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