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정무위서 추가 입법 절차, 공직자 가족 취업 제한 규정 등 놓고
법률가들조차도 "위헌성 더 높아" 가족 범위 조정 놓고 여론 눈치만
위헌성 논란이 여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 4월 국회에서 두 번째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김영란법에서 빠진 이해충돌 방지 조항에 대한 추가입법 절차를 4월 임시국회에서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와 함께 원안의 핵심 축인 이해충돌 방지법은 여야는 물론 법률가들조차 위헌성을 높게 지적해 처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공직자의 직무를 배제하거나 금품거래 등을 신고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 가운데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족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되면 해당 공직자를 업무에서 무조건 배제하거나, 공직자의 가족이 취업할 때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곳에 아예 취업을 제한토록 한 규정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두 조항 모두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조항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정무위도 지난해 4월 법안 심사 소위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을 처음 들여다 볼 때부터 조항의 본질적인 위헌성 등을 우려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주고 받는 구체적 행위라도 있지만, 이해상충법은 자기가 하지 않아도 사촌 이내 범주에서 유관기관에 있으면 자동으로 적용이 되는 존재론적 규제를 한다”며 “위헌 소지가 다분해 (나머지 법안을 넘기고) 충분히 논의해 개별입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무위는 현재 두 조항의 위헌성 해결을 위해 4촌 이내 친족 범위를 대폭 줄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김영란법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통과 이후 ‘배우자로 범위를 축소한 것은 결국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이해상충법에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4월 임시국회에 이해충돌 방지법을 통과시키려면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어떤 현직 의원도 (여론의) 눈치가 보여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무위에 해법을 제시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권익위는 가족이 관련돼 공직자의 직무를 배제하는 유형을 세밀하게 특정해 무차별적인 적용을 방지한다는 복안이지만, 유형을 특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가족의 취업 제한도 무작정 금지하지 않고 공직자의 직접적인 영향권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취업 제한 범위를 좁히기로 방향을 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특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쉽게 최종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법조계가 정무위와 권익위의 대안 모두 ‘공직자의 비리를 폭넓게 규제한다’는 김영란법의 본 취지를 벗어나게 하는 접근이라고 비판하는 점도 난제다. 행정법을 전공한 한 중견 변호사는 “정무위가 가족을 배우자로 좁히면 현격히 그 대상이 줄어, (가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하려는 이해충돌 방지법의 취지가 사라진다”며 “공직기관과 그와 관련된 수많은 공적 기업과 언론사의 모든 직군과 직무를 특정하려는 권익위의 구상은 이상에 불과할 뿐, 방대한 케이스를 해결할 수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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