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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영세자영업자의 한숨

입력
2015.03.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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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소비위축 부를 가능성

막연한 불안도 집단심리 큰 영향

금연구역 확대 피해 훨씬 뚜렷해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에 대한 비판ㆍ비난이 거세다.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법 제정 취지에 비추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된 순간 어느 정도 예견된 반응이긴 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문과 걱정에 공감하지 않는다. 법 제ㆍ개정 과정에 작용했을 소관 상임위 위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속셈을 파헤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사람의 속마음을 밝혀내기는 불가능해서 어차피 행동의 결과로 미루어 짐작한다. 국회 입법과정이 주체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와 무관할 수 없다지만,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구체적 규정과 사법부의 최종해석이 중요해진다. 명시된 입법취지라면 몰라도, 당사자들이 감춘 속셈이라면 고려의 여지조차 없다.

30년째 신문사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은 데 대한 본능적 반감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공직자 범위를 넓혀 잡아 한국방송공사(KBS) 임직원을 집어넣다 보니, 업무성격이 비슷한 민영방송, 나아가 신문사 임직원까지 넣었을 것이라고 좋은 쪽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언론계 일각이 우려를 표했고,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공개된 ‘이완구 녹취록’에서 엿보인 정치권의 속 마음에 따르는 게 싫었다. 언론의 이유 있는 반발과 그에 따른 여론의 변화를 빌미로 애써 발의된 법안을 표류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실제로 언론인이 김영란법에 걸릴 개연성도 희박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도 아니고, 특정인이 제공하는 1회 100만원ㆍ1년 합계 300만원의 금품이나 편익을 태연히 받아 누리는 기자가 있을까. 그 정도 가액이면 친한 친구나 가족끼리가 아닌 한 부담스럽거나 ‘때묻은 돈’이기 십상이다. 여행사나 기업이 경비를 부담하는 해외 취재의 경우 쉽게 한도를 넘을 수 있지만, 실제 경비 부담자를 떳떳이 공개해 ‘협찬ㆍ후원 기사’ 형태로 바꾸면 ‘개인적으로 누릴 의사’가 사라져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 진다.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1회 100만원 이하라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그런 경우는 지금도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수많은 비난ㆍ비판론 가운데 쉬이 수긍할 만한 게 있다. 서민경제의 주류인 자영업자들의 영업 위축 우려다. 김영란법 저촉 가능성이 전무한 사람도 혹시나 하는 본능적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이런 불안은 전파력이 강해서 법 시행을 1년 반이나 앞두고도 이미 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막연한 불안도 사회전체로 번지면 소비심리의 위축을 부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골프장이나 대형음식점ㆍ주점도 그렇지만, 소형업소의 매출 감소는 불을 보는 듯하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시행령을 만들 때 대인관계와 사회상규에 비추어 허용할 선물ㆍ접대 등의 기준 가액을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적극적 설명으로 실체적 근거가 미약한 우려와 불안을 씻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 불안과 달리 올 들어 ‘100㎡ 이하의 모든 영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된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이 영세업자에게 안긴 손해는 이미 구체적 현실이다. 영세음식점과 주점, 찻집 등은 대규모 영업장과는 달리 금연법과 그 시행규칙에 따른 별도 흡연실 설치 공간을 확보하기도, 600만~2,0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흡연 고객이 수시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참아주기를 빌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대체로 20~30%나 매출이 줄어들었다. 책상 머리를 떠나 변두리 식당과 주점을 돌아보면 이내 확인할 수 있는 실태다. 최근 영세식당 운영자 두 사람이 금연법과 시행규칙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 다 그 때문이다. 간접흡연을 막자는 정책 목적은 애초에 흡연ㆍ금연 업소를 가려서 그 선택권을 고객과 업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강압적 금연정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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