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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기습적으로…' 리퍼트 피습, 범행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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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기습적으로…' 리퍼트 피습, 범행의 재구성

입력
2015.03.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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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전 식사제공된 오전 7시40분 내빈들과 담소 나누던 중 공격당해

오른편에 앉았던 안양옥 교총 회장 "불과 2~3초 만에 벌어진 일"

5일 오전 7시33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입장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 문제에 관해 미국대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행사장에는 민화협 회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20여개의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55)씨가 현장에 들어선 것은 7시36분. 이로부터 4분 뒤인 7시40분 리퍼트 대사가 상처를 입은 얼굴을 감싸 안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사건은 오전 8시 강연에 앞서 간단한 식사를 위해 스프가 막 제공됐을 무렵 발생했다. 행사장 맨 앞줄 가운데 헤드테이블에는 민화협 상임의장인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민화협 김덕룡 상임고문, 김민하 상임고문, 이성헌 공동의장,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10여명이 둘러 앉아 리퍼트 대사와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대사로 부임해 첫 아들을 낳은 얘기를 주제로 덕담이 오갔다. 리퍼트 대사 바로 옆에 앉았던 장윤석 의원은 “ ‘원정출산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경찰에 압수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에 사용된 문제의 과도가 5일 공개됐다. 칼날과, 나무로 된 손잡이 부분이 각기 12.5㎝, 총 길이는 25㎝인 대형 과도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범인 김기종씨는 이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우측 얼굴을 3㎝ 깊이까지 찔렀으며, 칼에 묻은 핏자국은 김씨 제압과정에서 닦인 것으로 추정된다. 손잡이와 칼몸 일부에는 붉은 핏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k.co.kr
경찰에 압수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에 사용된 문제의 과도가 5일 공개됐다. 칼날과, 나무로 된 손잡이 부분이 각기 12.5㎝, 총 길이는 25㎝인 대형 과도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범인 김기종씨는 이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우측 얼굴을 3㎝ 깊이까지 찔렀으며, 칼에 묻은 핏자국은 김씨 제압과정에서 닦인 것으로 추정된다. 손잡이와 칼몸 일부에는 붉은 핏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k.co.kr

순간 김씨가 헤드테이블 뒤쪽으로 다가와 기습적으로 리퍼트 대사를 덮쳤다. 평소 즐겨 입던 개량 한복 차림이었던 김씨는 미리 준비해온 25㎝짜리 흉기를 이용해 리퍼트 대사의 오른쪽 뺨과 왼쪽 손목을 찔렀다. 목격자들은 “무방비 상태에 속수무책으로 벌어진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통역을 사이에 두고 리퍼트 대사 오른편에 앉았던 안양옥 회장은 “스프를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김씨가 온지도 몰랐다”며 “범인이 신속히 뛰어와서 대사 오른편을 파고들더니 불과 2~3초 만에 목을 가격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 건너 편에 앉은 김성곤 의원도 “괴한이 내 뒤쪽에서 와서 대사의 얼굴을 순식간에 흉기로 내리쳤다. 다들 ‘어, 어’하는 순간 앉아있던 대사가 바닥으로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에 의해 습격당한 가운데 리퍼트 미 대사가 앉았던 테이블에 피가 묻어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에 의해 습격당한 가운데 리퍼트 미 대사가 앉았던 테이블에 피가 묻어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용의자가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참석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용의자가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참석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가 2차 공격을 하려는 찰나 장윤석 의원을 비롯한 헤드테이블 착석자 3,4명이 합세해 제압하자 곧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사복경찰 2명이 달려와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김덕룡 상임고문은 “리퍼트 대사가 쓰러지자마자 누군가가 달려와 부축했고, 장 의원이 범인을 밀쳐 등 위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피를 흘리며 걸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고,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와 컴퓨터단층(CT) 촬영 검사를 마친 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시 오전 10시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제압당한 직후 “오늘 테러했다. 우리마당 대표다. 전쟁 훈련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었다”고 소리쳤다. 테러에 앞서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 훈련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일부 참석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민화협에 따르면 김씨는 민화협을 구성하는 181개 회원단체 가운데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의장 자격으로 행사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사전 참석 신청은 물론, 현장 등록 없이 강연장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 정보관이 김씨가 참석 명단에 없는 점을 들어 출입 문제를 제기했으나 민화협 측은 참여단체 임원이라 괜찮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종로서로 압송됐으나 제압 도중 오른쪽 발목에 전치 10주 진단의 골절을 입고 오전 11시쯤 서대문구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1시간 가량 치료를 받은 김씨는 다시 종로서로 옮겨져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이지 대사 개인에게는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은 공범 없이 10일 전부터 혼자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후 부축하는 사람의 팔을 잡고 일어서고 있다. 문화일보제공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후 부축하는 사람의 팔을 잡고 일어서고 있다. 문화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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