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ㆍ장비 없는 유령업체 성업
기술자격증 빌려 요건 맞춰
공사 수주 후 하도급으로 운영
부실시공 위험 높아 단속 절실
경북 안동 지역에 설립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 건설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시공능력이 없는 업체들은 관급공사 등을 수주한 뒤 일정 수수료만 받고 다른 업체에 넘겨 부실 시공을 부추기는 일도 횡행하고, 지역 저명인사들도 이런 부조리에 가세하고 있어 논란이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안동지역 전 지방의원이 운영하는 A사는 사무실만 차려놓고 관급공사를 수주한 뒤 정상적인 업체에 낙찰금액의 일부를 공제한 뒤 하도급을 주고 있다. 업체 등록에 필요한 기술사 등 기술인력은 매달 일정 금액을 주고 자격증만 빌리는 방식으로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특히 읍면동 사무소에서 수의계약이 가능한 재량사업을 따 낸 뒤에 대부분 하청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대표 이외에 실제 근무중인 직원은 단 1명도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감을 확보한 뒤 하는 일 없이 일정액을 챙기고 하청을 주다 보니 제대로 된 공사가 될 수 없다”며 “안동시가 어떻게 이런 업체에 계속 일감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동지역 B사는 하나의 사무실에 여러 개의 회사를 운영하며 각각 다른 법인명으로 입찰에 참가, 공사를 수주하는 불ㆍ탈법 영업을 일삼고 있다. A사처럼 시공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 받아 하도급을 주고 있다. 특히 수주 확률을 높이기 위해 소유주는 같고 법인명만 다른 여러 개의 업체를 동원, 입찰에 참가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한 뒤 무작위 입찰로 낙찰자를 가리는 적격심사제, 속칭 ‘운찰제’ 하에서는 여러 개의 법인으로 참가하는 것이 낙찰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안동시가 지난해 시에 등록된 192개 전문건설업체 중 자본금이 기준치에 미달한 46개 업체를 적발해 6개월 영업정지처분을 내렸지만, A, B사와 같은 유령 업체는 단속을 피해갔다.
건설업자 김모(54ㆍ안동시 송현동)씨는 “인력ㆍ장비도 없이 낙찰 장사만 하는 유령건설업체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규정대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운영하는 정상적인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면허증, 자격증 대여 등으로 통한 부적격업체가 공사를 수주한 뒤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상적인 업체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런 불ㆍ탈법 업체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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