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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호박씨가 울고’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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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호박씨가 울고’ 김대성

입력
2015.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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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가 넙죽이 봄을 음미하는 해거름

종일토록 문풍지가 울던 토방 구석에

내 삶의 분뇨에 파묻혀 넝쿨을 따라온 얼굴

분 바르고 새침 떨다 나른한 잠에 빠져들었다

퍼즐 된 얼굴은 지옥의 가마솥에서 래프팅을 하고

바람난 아궁이 불에 퍼질러 조는 난자(卵子)는

사회면 활자에 궁둥이 붙이고 일어설 줄 모르는데

흔들리는 앞 이빨로 세월의 꼭지를 누르니

손톱 따라 수줍게 드러나는 가련한 비너스의 속살에

맥주잔 거품이 침을 삼키며 냉큼 손을 뻗었다

벗겨진 옷

조각난 봄이 소복(素服) 소복이 인쇄체로 울고 있다.

김대성은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를 졸업하고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및 고문이며 수필사랑 회원이다. 시집으로 ‘루소의 풀밭’ 등이 있다.

해설 김연창

우수, 한겨울 견디어 낸 대지에 생명이 조짐이 발현된다. 다른 씨앗들은 감당하지 못할 설익은 분뇨를 거뜬히 이겨내는 호박씨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스쳐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팍팍한 현실이 되어 고된 어깨를 짓누른다. 살아 간다는 것이 단지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연옥처럼 삿된 현실 사회에 치이고 찢겨서 망신창이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회귀하는 연어처럼 처음으로 돌아와 작은 공간에서 안식을 찾고 위로를 받는다. 토방의 협소함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같은 공간이다. 안락하고 휴식이 있으며 영혼이 위로 받는 처음의 공간이다. 우리는 다시 그곳에서 봄을 맞고, 또 다시 일어선다. 아주 작은 씨앗들, 우리도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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