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자가당착 같다. 비판해놓고 답습한다. 대통령의 변신은 무죄라고 믿고 한 거짓말일까. 한바탕 쇼였을까. 어쩌면 오해했는지 모른다. 전환이 아니라 추월을 추구해온 그의 일관을.
“1997년 개정된 검찰청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이유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까 우려해서였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검사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미리 사표를 받는 편법을 동원해가며 욕구를 충족시켰다. 노무현 정부 때는 9명이 청와대에 파견됐고, 기록의 산실인 이명박 정부 때는 무려 22명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전원 검찰로 복귀했다. 현 정부는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10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됐다. 남은 기간이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 정부의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이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것. 일견 보기엔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비판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판으로, 해당 행위에 대해서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두 번째는 뭘까? “내가 진짜를 보여주겠다”면서 무대 위에 있는 사람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하는 것이다. (…) 비슷한 예는 한둘이 아니다. (…)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낙하산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심지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김성주씨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가고, 친박 핵심인 73세 할아버지가 마사회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을 비판한다. 이것 역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건 진정한 낙하산이 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 담뱃값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박 대통령은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려는 정부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반대하는 것 같지만, 헷갈리지 말자. 박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한 진의는 ‘서민들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하려면 획기적인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올해 들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것은 그러니까 10년 전부터 별렀던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박 대통령이 과거 정부의 인사를 비판했던 것도 ‘진정한 인사 참사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는 다짐이었다. (…) 한 사람을 비판할 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변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 (…) 내가 알기에 박 대통령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경향신문 ‘서민의 어쩌면’ㆍ단국대 의대 교수) ☞ 전문 보기
“박 대통령은 벌써 ‘데드덕’의 문턱을 넘어섰다. (…) 박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국민이 알고 있거나 또는 의심하고 있던 것을 단단히 확인시켜 주었다. 박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으로서의 품위, 지성, 너그러움만 없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자신감마저 없고, 그리고 인간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능력조차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정말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 물론 앞으로도 박 대통령은 여론에 따라서, 그리고 지지율에 따라서 ‘변한 척’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십수년 동안 집권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보인 무한변신,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수도 없이 듣고 보지 않았던가. (…) 건강보험료 개편이나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최근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여론에 따라 춤추듯 오락가락한다. 국민 앞에서 ‘악어의 눈물’까지 흘리며 다 해준다고 하더니, 선거가 끝나고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발뺌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면서 새삼스럽게 재래시장 가고, 어린이집 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선거 때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방문한 ‘정치 쇼’를 보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이 현장에 가는 이유는 답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국민이 다 알아챘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쇼’로 생각한다는 것을 다 알아챘다. (…) 박 대통령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오기와 자존심이 그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 남은 3년, 이제 국민이 데드덕을 다스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데드덕’(2월 2일자 한겨레 기명 칼럼ㆍ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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