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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마트 원자로

입력
2015.03.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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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마트원자로’가 스마트폰처럼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이 움텄다. 중동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스마트 공동파트너십 MOU’를 체결, 우리 기술로 만든 스마트원자로 2기 이상이 수출될 계획이다. 약 10억 달러짜리 원자로 몇 기만 파는 게 아니라 아예 사우디와 손잡고 제3국 수출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운영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180여 기, 2050년까지 300여 기 수요가 예상되는 세계시장을 선점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스마트(smart)한 ‘스마트(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는 원자로와 가압기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캡슐에 집어넣은 ‘일체형’이다. 크기는 길이 10.6㎙, 직경 4.6㎙인 ‘중소형’이다. 발전량은 대형원전(1,000㎿)보다 훨씬 적은 100~300㎿급. 무엇보다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기능이 있다. 스마트 1기면 인구 10만 도시에 전기 9만㎾와 담수 4만 톤을 공급할 수 있다. ㎾/h 당 건설비용이 대형원전보다 비싸지만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스마트의 장점은 사우디에 꼭 알맞다. 나라가 넓어(한반도 10배) 발전소 건설비용 못지 않게 송전비용이 많이 든다. 국토의 90%가 사막이어서 담수의 수요가 많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뛰어나다. 노출된 배관이 없어 파손될 게 없고, 전기가 끊겨도 중력에 의한 물의 자동순환으로 노심용융과 증기폭발의 가능성이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격납고 같은 건물이 캡슐을 보호하고 있어 항공기 충돌도 견딜 수 있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중국 중서부 산간지대도 스마트의 장점이 절실한 곳. 원리는 다르지만 중국도 차세대 중소형 원자로 ‘페블베드(Pebble-Bed)’를 개발 중이다. 인구 10만 정도 도시 2곳에 이미 200㎿급 페블베드를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나 정권 교체 와중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2012년 7월에야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했다. 현실적으로 ‘무(無)배관 무(無)송전’에 가까운 스마트의 미래를 기대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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