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행군하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김명수 부장판사)는 한모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의정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한씨는 2009년 3월 논산훈련소에서 행군하던 중 발목을 접질려 넘어졌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후 야간행군과 훈련을 계속 받아야 했다. 한씨는 자대 배치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국군병원을 찾았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확인돼 재건수술을 받았다.
그 뒤 정상적인 군 생활이 불가능해 의병 전역한 한씨는 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한씨가 행군도중 넘어지면서 십자인대가 파열됐거나, 그 사고로 원래 좋지 않던 무릎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보고 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논산훈련소 훈련기간에 행해지는 행군이 25kg에 달하는 완전군장을 한 상태에서 장시간 경사가 심한 야산을 걷는 것이어서 조금만 잘못해도 관절에 평소와 다른 하중이 작용하고, 그로 인해 훈련생들이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치료를 받는 빈도나 횟수가 상당하다는 의학계 보고가 그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한씨가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훈련에 계속 참가했고, 자대배치 이후에 통증이 더 심해져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며 “현재도 완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한씨가 입대 전부터 자주 발목을 삐끗해 치료를 받았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군부대 훈련으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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