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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큐레이터 '젊은 미술계' 위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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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작가·큐레이터 '젊은 미술계' 위해 뭉쳤다

입력
2015.03.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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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하위문화 적극 도입 등 미술계 변화 주도 대안세력 부상

1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 홍익대 미술대 조형관에서 현대 한국 미술계에 대한 공개강연을 연 자리에는 300여명의 청중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제공
1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 홍익대 미술대 조형관에서 현대 한국 미술계에 대한 공개강연을 연 자리에는 300여명의 청중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제공

미술계에 새로운 대안세력이 떠오르고 있다.‘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하 예술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한 젊은 미술작가와 큐레이터들이다. 이 모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청년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상봉동 ‘교역소’에서 열린 2014년 미술계 리뷰 좌담회가 도화선이 됐다. 좌담회에 참가한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임과 강연회를 갖더니 지난 2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성명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예술행동은 표면상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청년그룹’에 지분을 달라는 제도개혁 운동의 성격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미술계 주도 세력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예술행동의 강연기획을 담당하는 김지운(24)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기관으로서 전체 미술계를 이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청년관을 마련함으로써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 학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차세대의 등장을 스스로 예고하고 있다. 송윤지(31)씨는 “청년관이라는 구호 자체가 (청년 세력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요약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청년미술이란 무엇일까. 명시적으로 합의된 바는 없지만 이들은 신생 미술공간에서 정통 미술기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지향점에서 만나고 있다. 서울 문래동의 ‘아트 런 스페이스 413’과 상봉동 ‘반지하’‘교역소’ 등이 그 전초 기지와 같다. 이곳에서 젊은 작가들은 전시에 앞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의견을 교환하며 소위 청년미술의 흐름을 형성한다. 2월까지 예술행동의 모임 장소를 제공한 ‘727 나우’에서도 미술작가와 큐레이터들이 작업을 공유하는 실험을 진행했었다. 이들에게 일본 문화 개방 이후 유입된 하위문화 즉 만화나 일러스트를 차용하는 기법은 비주류가 아니다. 하위문화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주류 미술계를 흔들고 있다.

차세대 미술인의 세력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예술행동을 통해 새로운 ‘청년 세력’을 형성하고, 자체 기획팀을 꾸려 청년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와 출판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선주(27)씨는 “지금은 청년관을 달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모였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형성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예술 작업이 난립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양맥주(28)씨처럼 미술계의 제도적인 여건을 중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는 2014년 초 ‘공장미술제’에 참여한 신진 작가들이 아티스트 피(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주는 대가)를 받지 못해 논란이 된 사례를 들며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않고 전시기회가 주어지기만을 바라는 것은 현재 청년 세대의 인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청년관 운동을 발의한 이들 중 하나인 임근준 미술평론가는 “이미 미술계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술행동에 참여하는 젊은 미술인들은 기존 미술계가 변화를 수용할 거라 기대하기보다 자발적으로 모여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미술인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는 “일정한 미술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평가할 부분이지만 그 운동이 청년이라는 담론에 갇혀 결국 특수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만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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