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캠프 연습경기가 열린 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LG의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25)이 타석에 들어서자 야구 관계자들은 “정말 박용택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지환의 ‘박용택 타격폼 따라하기’는 LG 캠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LG 선수단에 불고 있는 ‘슬로(slow)’ 바람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오지환은 지난 시즌까지 어깨 높이로 쳐들었던 방망이를 가슴 부분까지 내리고 팔을 몸쪽으로 붙인 채 타격을 하고 있다. 오지환이 일부러 따라 하려 한 건 아니지만 타격 폼 수정에 앞서 박용택에게 자문을 구했다. 박용택은 “(오)지환이가 다가와 폼을 바꾸려고 하는데 봐 달라고 했다”면서 “스윙이 간결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지환이가 지난해처럼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에 어이없이 삼진을 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오지환이 변신을 감행한 이유는 144경기 체제로 확대되는 장기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좋은 출루율과 타율을 가급적 시즌 끝까지 유지하려면 삼진 비율을 보다 줄이고 정교한 타격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느낌이다. 시즌 중간에 고비가 왔을 때 잘 대처하는 게 새로운 폼이 완전히 내 몸에 정착되는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연속 30세이브에 도전하는 마무리 봉중근(35)은 오히려 페이스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 2일 삼성전에 첫 실전 등판한 봉중근은 8회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양상문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봉중근은 경기 후 “몸은 아직 조금 무거운 느낌인데 페이스는 지난해보다 빠르다”면서 “올 시즌엔 144경기라 너무 빨라도 좋을 게 없다. 시범경기까지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하되 최대한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이병규(41?등번호 9)는 더욱 ‘슬로’를 마음 속으로 주문하고 있다. 연습경기에는 한 차례도 출전하지 않은 이병규는 7일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야 나설 예정이다. 이병규는 “국내 복귀 후 지난해까지 꼭 스프링캠프나 전지훈련에서 무리하다가 부상을 당했다”면서 “그래서 일부러 최대한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은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많이 줄었다”고 평했지만 이병규와 함께 박용택 이진영 등 베테랑 3인방의 역할은 LG에서 아직까지 절대적이다. 한화 포수 조인성(40)은 “LG를 상대할 때 (이)병규 형이 타석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배터리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이병규의 가치를 인정했다.
오키나와(일본)=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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