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연인이자 혁명동지였던 나탈리아 레부엘타가 지난달 28일 지병으로 아바나의 병원에서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89세.
레부엘타는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독재정권 타도를 모의하던 시절 지인의 소개로 그와 처음 만나 혁명 준비를 도왔다. 1952년 피델 카스트로가 몬카다 병영기지 공격을 계획할 당시 자신의 집과 6,000달러, 다이아몬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금발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레부엘타는 수려한 외모와 빼어난 학식으로 ‘쿠바의 여인’으로 불렸다. 22세에 20살 연상의 심장병 전문의와 결혼해 딸을 낳고 살다 당시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반정부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카스트로 역시 레부엘타를 만날 당시 이미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1954년 옥중에서 “나는 지금 너무 뜨겁소. 나에게 편지를 보내 주시오. 당신의 편지가 없으면 난 살 수가 없소”라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레부엘타에게 보내는 등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이듬해 출옥한 카스트로는 부인과 이혼하고 레부엘타와 사랑을 나눴다. 카스트로는 이어 혁명을 다시 준비하려고 멕시코로 망명한 뒤 레부엘타에 청혼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1959년 혁명정권 수립 후에는 레부엘타와 거리를 뒀다.
둘 사이에 난 딸 알리나 페르난데스(59)는 1993년 미국 마이애미로 망명했다. 페르난데스는 이후 카스트로를 “변덕스런 기질과 공산주의로 장난을 쳐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다”고 회고록에 밝히는 등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페르난데스는 어머니의 건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8월 쿠바에 입국해 21년만에 레부엘타와 만났다. 레부엘타는 2008년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를 원망하진 않았다”면서도 “내 맘 속에서 그를 지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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