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계 할머니인데 볼링장선 막내… 5년 후 리듬체조 지도자 길 갈 것"
400g이 채 안 되는 가벼운 고무공을 우아하게 던져 올리던 신수지(24)는 이제 꼿꼿이 서 있는 핀들을 향해 15파운드(7kg)나 되는 무거운 볼링 공을 힘차게 내던진다. 프로 볼러로 변신한 그는 4일 서울 공릉볼링경기장에서 열리는 2015 로즈필드ㆍ아마존수족관컵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신수지는 지난해 12월 선발전에서 평균 188점을 기록해 통과 기준(평균 185점)을 넘어 프로 볼러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리듬체조 선수 생활을 마감한 신수지는 대학을 졸업한 또래 여학생들이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나이에 벌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신수지는 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체조계에서는 할머니 소리를 들었는데 볼링 선수들 사이에서는 막내 소리를 듣는다. 다시 살아가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볼링이나 리듬체조나 모두 공을 사용하는 종목이지만 신수지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체조 선수 시절에는 하체를 가늘게 만들기 위해 가급적 근력 운동을 꺼렸지만 이제는 “하체 힘이 없으면 볼링을 절대 못한다”며 넉살을 부렸다. 파워가 부족하면 볼링 핀이 한 개라도 덜 넘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수지는 “치킨, 족발, 라면 등등 좋아하는 야식을 열심히 먹고 있다. 살이 빠지면 안되기 때문이다”라며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야식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렇게 먹고도 왜 살은 안 찌냐’는 원성이 들릴 법도 하지만 신수지는 먹는 만큼 어마어마한 연습량을 소화해 낸다. 볼링 스승인 박경신(38) 프로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신수지는 6개월간 하루 7시간을 볼링장에서 보냈다. 신수지는 “운동 선수 출신이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을 연습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평균 30게임을 연습했고, 많을 때는 36게임까지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수지는 “다른 일정과 겹치면 새벽에 연습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과도한 연습 탓에 골반이나 손가락 마디 관절에 염증이 생기기까지 했다. 이제는 박경신 프로가 오히려 연습량을 줄이라며 말릴 정도다.
뒤늦게 볼링에 빠지긴 했지만 신수지는 야구와 필라테스 등 스포츠는 물론 리듬체조해설위원, 방송인으로 활약할 정도로 다재다능했다. 2013년 프로야구 두산-삼성전에서 선보인 백일루션 시구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구자 신수지’라는 직함까지 얻었다.
‘프로 볼러’ 신수지는 이제 프로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경쟁에 몸을 맡긴다. 신수지는 “같은 프로 기수인 여자 8기 동기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다”며 욕심을 냈다. 이어 그는 “짧은 구력에도 게임비, 용품 등을 후원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신수지는 “여전히 리듬체조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가끔 후배들을 지도하다 보면 나 스스로 가르치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 가장 최근까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잘 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연재 선수의 뒤를 이을 선수가 없다. 그만큼 후배 양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수지는 앞으로 5년 간 ‘현재의 삶’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처럼 ‘체육관 붙박이’가 아니라 자유로운 신수지로 살되, 리듬체조 지도자가 되기 위한 길을 닦아나갈 계획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신수지 프로필
생년월일 1991년 1월8일
키 167㎝ 몸무게 47㎏
주특기 백 일루션
출신교 오금초-오금중-세종고-세종대
주요 경력 2008 베이징올림픽 리듬체조 출전
2009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 개인종합 동메달
2010 전국체전 리듬체조 여자일반부 금메달
2015 프로 볼러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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