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고참 센터 하경민·방신봉… 현대캐피탈과 경기 코트 앞 맹활약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에게는 두려운 말이다. 2011~12시즌 준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한전의 가장 큰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전광인(24), 오재성(23), 권준형(26) 등 팀의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정규리그보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더 큰 싸움이기 때문에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한전은 지난 포스트시즌 진출 때도 관록으로 무장한 현대캐피탈에 2연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일 현대캐피탈과의 안방 경기에서도 한전은 내리 1, 2세트를 빼앗기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 진출 실낱 같은 희망을 위해 사력을 다하기도 했지만 한전 스스로 중요한 경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노출한 셈이다. 한전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면 8번이나 우승한 삼성화재와 맞서야 한다.
다행인 것은 한전에 베테랑 센터진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출신의 하경민(33)-방신봉(40) 듀오는 친정팀을 상대로 블로킹 10개를 합작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신영철(51) 한전 감독은 이날 오랜만에 방신봉을 코트로 불러들였다. 방신봉은 “원래 대타로 뛰는 역할이기 때문에 뒤에서 몸 풀고 있다가 기회를 얻었다. ‘1점이라도 따자’고 했던 게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방신봉은 “지난 시즌은 용병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풀세트 경기에서도 우리 팀이 이긴 적이 많다. 지난 시즌 적금 부었던 걸 타먹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경민 역시 포스트시즌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하경민은 “경험이 없는 것은 OK저축은행이 더하지 않겠느냐”며 “우리 팀은 저라도 경험이 있다”고 재치 있는 답을 내놨다. 창단 2년차인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처음이기 때문. 2010년 친정 팀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전으로 이적한 하경민은 “한전에 와서 현대캐피탈에 처음 졌을 때 양팀 사이의 실력차가 크다고 느껴졌다”며 “‘한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이기고 올라가는 날이 과연 올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경민은 또 “오재성, 권준형이 정말 고생이 많다. 어떻게든 맞춰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광인은 말할 것도 없다”며 선배로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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