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순해졌다. 남쪽에선 꽃소식도 들려온다. 봄이 코앞이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남도의 꽃놀이 명소를 추천했다. 화사한 향기 쫓아 남도로 봄 마중 간다.
● 전남 장흥
동백은 봄의 전령이다. 가지에 매달린 꽃도 예쁘지만 송이 째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모습도 참 곱다. 장흥 곳곳에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이 가운데 묵촌리(접정리) 동백림과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기억한다.
묵촌리 동백림은 용산면 묵촌리 들판에 있다. 250~300년 수령의 토종 동백나무가 하천을 따라 늘어섰다. 액운을 막으려고 마을 앞에 동백나무,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는데 동백나무만 살아남아 숲을 이뤘다. 3월 중순이면 꽃이 만개한다. 고실해진 흙길 밟으며 숲을 구경한다. 동백림 입구에 이방언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조선후기 동학농민운동 당시 우두머리였던 그가 묵촌리에서 태어났다.
천관산동백생태숲은 천관산자연휴양림 들머리에 있다. 20~60년 수령의 약 2만그루 동백나무가 계곡을 따라 산재한다. 산중턱이라 묵촌리에 비해 조금 늦게 꽃이 핀다. 탐방로 따라 걸으며 꽃구경하고 전망대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숲도 음미한다. 산 좋아하면 기암괴석 천관산을 내쳐 올라본다. 기암괴석 가득해 호남 5대 명산에 드는 산이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경남 거제 지심도
지심도는 경남 거제도 장승포에서 약 4km 거리에 있다. 뱃길로 20분이 채 안 걸린다.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 지심도다. 섬에는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오래 전 섬에 터 잡은 사람들은 섬의 나무들을 땔감으로 이용했다. 동백나무는 하도 단단해 베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결국 동백나무만 남았다. 이렇게 시간 흘러 섬은 동백섬이 됐다. 섬의 식생 가운데 약 50%가 동백나무다. 꽃은 12월 초부터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4월 하순까지 간다. 2월 말~3월 중순이 절정이다.
지심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군사 요충지였다. 당시 사용된 활주로, 포진지, 탄약고, 일본식 목조건물의 흔적이 오롯하다. 전등소장(발전소장) 사택은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다. 섬을 에두르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으니 천천히 걸으며 살핀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 활주로를 거쳐 망루까지 두루 거니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까지는 하루 왕복 다섯 차례 여객선이 운항한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 (055)639-4172
● 경남 김해ㆍ양산
양산 통도사에 유명한 홍매화가 있다. 절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 ‘자장매’로 불린다. 이 나무에 꽃 피기를 기다려 애써 멀리서 찾는 이즐 제법 많다.
경내를 거슬러, 통도사 홍매화 찾아간다. 영각(고승의 초상을 모신 전각) 앞에 있다. 수령이 350년으로 추정된다. 2월 중순부터 꽃을 한 아름 피운다. 자태가 어찌나 고고한지 보고 있으면 절로 넋이 나간다. 극락전 옆에도 단아한 두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으니 함께 구경한다.
고고한 매화 알현한 후 경내를 돌아본다. 봄볕 내려앉으니 몸이 풀어지고 마음도 화사해진다. 통도사는 석가의 진신 사리를 모신 불보사찰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말씀(대장경)을 모신 법보사찰, 전남 순천 송광사는 고승을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이 세 사찰을 합쳐 삼보사찰이라 한다. 통도사 산문 무풍교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진 ‘무풍한송로’도 걸어본다. 우람한 소나무가 도열한, 통도팔경의 으뜸이다.
양산시 원동면 일대에도 매화 명소 많으니 기억한다. 영포마을, 쌍포마을, 내포마을, 함포마을, 어영마을 등이다. 특히 영포리 영포마을은 마을 전체가 매화 밭이다.
양산 인근 김해에는 ‘와룡매’가 있다.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정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길 양쪽에 매화나무가 줄지어 섰다. 이 모습이 용이 기어가는 것 같아 ‘와룡매’로 불린다. 김해건설공고 인근에는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등 가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많으니 기억한다. 양산시청 문화관광과 (055)392-3233?김해시청 관광과 (055)330-4445
● 전남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는 익히 유명하다. 수령이 약 600년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지나 각황전과 무우전이 있는 종정원 돌담을 따라 수백 년 된 홍매화 20여 그루도 봄이 되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경내를 산책한다. 선암사에는 수령 350~600년 된 매화나무가 약 30그루나 된다. 세월의 무게를 제 몸에 간직한 고목이 피워내는 꽃은 그 향기가 더욱 짙어, 이른 봄 선암사에서는 화사한 꽃그늘에 한 번 취하고 매화 향에 다시 취한다.
월등면 계월리의 순천향매실마을도 메모해 둔다. 이곳 매실은 향이 좋기로 잘 알려졌다. 마을길, 언덕을 따라 매화나무가 줄지어 섰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심기 시작한 매화나무로 그 면적이 75ha에 이른다. 80여 가구가 논농사 없이 매화 농사를 주로 짓는다. 마을 단위 재배 면적으로는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매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열리는 순천향매실마을 매화잔치도 열린다. 선암사에서 가까운 금둔사는 ‘납월매’가 유명하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12월을 불가에서는 납월이라 하는데, 이때 피어 ‘납월매’라 부른다. 선암사 종무소 (061)754-5247
● 제주
제주의 봄은 화사하다. 수선화, 매화, 동백 등이 꽃을 피운다. 제주시에 있는 한림공원은 기억한다. 수선화와 매화가 차례로 피며 봄을 재촉한다. 한림공원에는 9종류 테마의 정원이 있다. 수선화?매화정원에는 60년생 능수매와 20년 이상 된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가 일찌감치 꽃을 피운 수선화와 어우러진다.
서귀포시에 있는 노리매는 이름부터 매화 향이 풍기는 도시형 공원이다. ‘놀이’와 ‘매화’를 합쳐 노리매다. 청매화, 홍매화 구경하고 인공 호수에서 제주 전통배 ‘테우’도 타 본다.
노리매 인근 카멜리아힐은 들른다. 동양 최대 규모의 동백 수목원이다. 약 20만㎡ 부지에 동백 약 6,000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한다. 종류도 500가지가 넘는다. 특히 조그마한 ‘애기동백’이 인기다. 한림공원(064)796-0001ㆍ노리매(064)792-8211ㆍ카멜리아힐(064)792-0088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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