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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놓인 다양한 稅源 발굴… 조세 형평 확립 선행돼야

입력
2015.03.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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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등 양도차익 따른 자본소득 과세 근거 있어도 제대로 못 걷어

부동산 임대소득·미술품·종교인 등 논란 거듭돼 온 세금들도 매듭 필요

어떤 세금이든 세율을 올리는 건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여건이 허락만 된다면, 세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단, 낮은 세율은 항상 넓은 세원, 넓은 세수기반과 짝을 이뤄야 한다. 예를 들어 5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동일 소득을 가진 국민 10명 중 1명만이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되 10명 중 9명, 혹은 10명 전부가 세금을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조세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증세를 위해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현재 세목의 세율에 손을 대는 것이 불가피하다지만, 그 보다는 과세 사각지대에 놓인 세원을 발굴해내고 합리적인 새로운 세제를 발굴해 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부채를 제외한 순(純)자산에 5~10% 세금을 적용하자는 제안을 한 이후 주류 경제학자들의 강한 반발 속에서도 국내에서도 순자산세 도입은 공방의 대상이다. 개인의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은 자산이 부를 늘리는 속도(자본소득률)가 소득으로 부를 늘리는 것(국민소득증가율 또는 경제성장률)보다 빠른 만큼, 과세를 통해 부의 지나친 쏠림을 막자는 게 핵심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부유층의 자산에 누진세 방식의 과세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토지 건축물 주택을 일정기준 이상 소유한 개인 등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그러나 2008년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 방식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선 1세대1주택에 대한 과세기준(6억→9억원) 상향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당초 도입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순자산세가 종부세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순자산세를 도입하면 중산층 이하 계층에 (증세를 위한)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며 “예금 등 금융자산까지 포함하는 만큼 차명계좌 개설요건 강화 같은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한 개인의 총 자산 규모는 물론 부채까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세율을 도출하기도 쉽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큰 순자산세보다는 이미 과세 근거가 있음에도 제대로 걷지 않고 있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부터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양도차익과세다. 지금까지는 국내 주식시장 성숙도가 선진국에 못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미뤄왔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인 소액주주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지분율 2%나 시가총액 50억원 미만을 가진 투자자는 모두 소액주주로 분류돼 엄청난 차익을 남겨도 단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올초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3년 주식양도차익 과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그 해 상장주식을 팔아 5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사람은 68명으로 이들이 올린 수익은 총 9,744억원이었다. 그러나 총세액은 16% 가량인 1,555억원에 불과했다. 만약 세금을 부과한다면 분리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 기준은 2,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만 과세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해마다 논란만 되풀이되고 있는 세금들도 이 참에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임대소득과세의 경우 여론의 반발로 인해 지난해 시행시기를 2017년으로 미루는 등 원안에서 수 차례 후퇴해 정부의 추진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시행을 1년 미룬 종교인과세는 일반근로자와의 형평성 및 세수 효과 등을 고려해 현재 기타소득에서 근로소득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고 작가의 6,000만원 이상 작품에 부과하는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도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유인책이 확대될 필요성도 대두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과세 강화조치가 자본의 국외 유출을 가속화 시킬 거란 우려도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그 정도로 취약하진 않다”며 “정해진 세목에만 세금을 거두는 열거주의가 아닌 모든 소득에 매기는 미국식 포괄주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유층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발굴한 만한 세금으로는 경유 LPG 등 에너지원별로 천차만별인 세율을 탄소배출량 기반으로 조정해 거두는 ‘환경세’가 거론된다. 또 비정규직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대기업 대상 ‘고용세’ 부과, 막대한 투기자본의 유출입을 막기위해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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