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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r. Market <2> 글ㆍ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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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r. Market <2> 글ㆍ김지훈

입력
2015.03.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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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Mr. Market 글ㆍ김지훈

왜지? 왜 이런 짓을….

“너의 악운惡運을 막기 위한 거야. 이 피가 악운을 막아주고, 행운을 가져올 거야.”

솔레이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래서 더 슬프다. 터무니없는 주술 행위에 화가 났지만…. 이미 끝난 일이다.

장사꾼은 염소고기를 토막 내서, 여섯 봉지에 나눠 담아주었다.

솔레이는 이 봉지에 든 염소고기를…. 시장 입구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에게 나눠주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죄 없는 염소 새끼를 죽이고, 그 고기를 거지들에게 나눠주면서, 덕을 쌓는다.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낙타나 염소, 양 혹은 소가 꼽힌다.

고고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개를 꼽는다.

과연 그럴까? 탄자니아에 온 것은…. 고고학적인 호기심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가축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참…. 먹고살 만하니깐, 별짓을 다 하네…. 늙으면 그냥 조용히 죽어야 하는데, 생존 본능이라는 게 있어서 …. 요게 잘 안 돼.

몇 개월 전,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에서 구석기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기원전 40만 년 전의 구석기 유적지.

유적지에는 다량의 돌도끼가 발견되었다. 너무나 많은 돌도끼가 출토되어서, 고고학자들이 놀랐다.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돌도끼를 만들었을 거야.”

솔레이가 설명해주었다.

인류 최초의 가축은 개가 아니다.

바로 인간이다.

노예로 불리는 인간들 …. 이들이 최초의 가축이다.

40만 년 전, 이 계곡에 갇혀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돌을 깎아야 했던 ….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이들의 자식들도 노예가 되어, 누군가를 위해 돌을 깎아야 했겠지.

이번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골은 …. 압도적으로 …. 어린아이의 것이 많았다.

아이만큼 다루기 쉬운 존재도 없겠지. 개. 소. 돼지. 닭보다 다루기 쉽다. 어린이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 이러한 풍토가 생긴 것은 …. 백 년도 되지 않는다.

옛부터 아이들은,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사고팔았다.

이것은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이자 진실이다.

아직도 인신매매는 …. 이윤이 많이 남는 사업이다.

사람들이 세계사에 대해 …. 몇 가지 오해하는데 …. 그중 하나가 백인들이 …. 흑인들을 노예로 사고팔았다는 거다….

이런 생각은 좀 고칠 필요가 있다.

맨 처음 흑인을 노예로 사고판 것은 …. 백인들이 아니다. 바로 흑인들 자신이었다.

아프리카인들은 부족사냥을 통해서, 자신들의 동포를 팔아넘겼다.

12세기의 아프리카 왕국들은 …. 국민을 백인들에게 팔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아프리카 왕국의 귀족들에겐 …. 국민은 개와 소 같은 가축에 불과했다.

이른바 노예무역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들은 …. 다름 아닌 아프리카 현지인들이었다.

노예 …. 인간의 가축화.

고고학자들은 종교가 탄생하면서 …. 본격적인 노예제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고고학자들의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이, 조금만 생각해봐도 ….

‘종교 = 노예 제도’라는 공식이 쉽게 나온다.

종교는 …. 같은 인간을 구별 짓고 차별할 수 있는 …. 이유를 만든다.

* 작품에 등장하는 ‘꼬레아’는 가상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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