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사설 통해 촉구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자 사설에서 한일 공생을 기원한 윤동주 시인의 사상을 교훈 삼아 한일 양국이 관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비극의 시인의 마음을 가슴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70년 전 일본에서 옥사한 윤동주를 추모하는 행사가 그의 모교인 도시샤(同志社) 대학과 도쿄 릿쿄(立敎)대학 등에서 잇따르고 있고, 각지에서 시비건립운동이 열기를 띠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설은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를 언급하며 “피지배라는 현실에서 탈피, 이웃과의 공생을 간절히 바라는 이 시가 오늘날 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동주 시비 건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 후쿠오카(福岡)현립대 명예교수는 일본 내 이런 현상을 ‘윤동주 매직’으로 표현하며 “한일관계가 삐걱대고 있지만 윤동주 이야기만 나오면 이상하게도 솔직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윤동주 연구가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는 “그는 항상 보편적으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줄곧 생각했다”며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있어도 결코 개인을 미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설은 “그가 왜 성을 바꿔야 했는지, 왜 한글만 썼는지 우리(일본)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동시에 한국인들도 지난 반세기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동주는 1942년 일본 유학을 결심하면서 히라누마 도슈(平沼東柱)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했으나, 도시샤대 유학시절인 1943년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치안유지법 위반혐의로 붙잡혀 후쿠오바 형무소에서 1945년 2월16일 옥사했다.
사설은 “한일병합에 맞춰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가 보여준 것처럼 한국사람들은 식민지 지배에 의해 나라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이 손상된 반면, 국교체결(1965년)후에는 경제협력 등으로 일본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일본은 국교체결 이후에만 관심을 편중시키고, 한국은 지배당한 과거에만 집착하면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양국이 꾸준히 쌓아온 명확한 실상마저도 의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내 한때 유행한 혐한 분위기의 잔재로 한국은 모든 것을 반일로 해석하는 경향이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반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사상 최대였다는 점은 엔화 약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으로, 적어도 한국 일반인들은 일본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없다”며 “일방적 정보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양국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사히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과거가 된다”며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를 “어떻게 장식할 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달려있다”고 끝을 맺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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