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학의 학부 동문회가 동문회비를 내지 않은 졸업생은 졸업식 학사모를 빌리지 못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에 소재한 모 사립대 A학부 졸업생들은 지난달 10일 열린 졸업식에서 동문회 측으로부터 학사모를 대여하려면 무조건 동문회에 가입하고 그 자리에서 회비 5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졸업식 당일 상당수 졸업생들이 이런 강요에 반발해 항의했지만, 동문회 측은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학사모도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사모 없이 졸업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에서 5만원을 지불한 뒤에야 학사모를 쓸 수 있었다.
해당 학부가 이렇게 동문회비를 내야만 학사모를 빌려주는 관행을 유지해 온 건 벌써 45년째. 최근 한 졸업생이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 같은 관행이 공론화됐다.
학생들 반발에 대해 동문회는 졸업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동문회 측은 “반강제적으로 동문회비를 걷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자율적으로 내도록 하면 회비 납부율이 저조해 동문회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학부 학생회는 “올해 20명 남짓한 졸업생 가운데 돈을 지불하고 학사모를 빌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며 “동문회의 일은 학생회 차원에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개선책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졸업 가운과 학사모는 학부나 학과 차원에서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보증금을 받고 대여한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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