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이란 핵문제 갈등, 바이든 부통령 등 30명 불참 선언
고국 이스라엘 무조건 지지하던 유대계 의원 30명 찬반 갈리고
베이너 하원의장에 책임 돌리기도
3일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네냐타후 총리의 개인적 감정의 골이 깊어져 두 나라 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고, 정파를 초월해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조국을 지지하던 미국 내 유대인 사회마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 연설을 환영한다”면서도 “이 행사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양국은 안보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계획을 강력하게 비판해온 걸 고려하면 케리 장관 발언은 매우 순화된 어조이지만, 미국에서 ‘더 큰 분란’을 촉발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무언의 압력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은 이란 핵 문제는 외교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함으로써 군사적 해결을 주장하는 네타냐후 정부와 의견을 달리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 언론은 이미 표면화한 미국ㆍ이스라엘 관계 악화보다 미국 유대인 사회의 동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베이너 하원의장 초청을 받아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의회 연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상ㆍ하원의 유대계 의원,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1일 현재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30명 가량의 민주당 소속 상ㆍ하원 의원이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선언했는데, 이 중 6명이 유대계 출신이다. 상ㆍ하원 통틀어 30명인 유대계 의원 중 5분의 1이 고국 국가원수를 외면한 것이다.
마지못해 참석을 결정한 일부 유대계 의원들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앨런 로웬달(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등 금도를 벗어난다면 곧장 반박 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계 친구 세 명에게 물었더니, 각각 한 명은 반드시 참석하거나 반드시 불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중간이었다”고 소개했다. 조국 이스라엘과 관계된 일에는 무조건 지지하던 미국 유대계 사회가 유례없는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정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연설 순간이 다가올수록 유대계가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소속 유대계 의원들이 사태 책임을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집중시키고 네타냐후 총리는 멋모르게 이용당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미 정치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협의회’(AIPAC)의 고위 간부가 최근 “민주당의 유대계 동료들이 급진 세력들로부터 의회 연설에 참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네타냐후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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