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샵 이혜리씨 등 3명 여성
17자 내외 광고문구에 사활
'참치도 아닌데 뱃살은...' 등 히트
“‘예뻐서 반하고 반값에 반하고’ 어때요?”“유산균 제품이니 ‘자 큰일 합니다’라고 쓰고 주먹 쥔 사람 이미지도 같이 넣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이나 즐길 법한 말장난이 업무인 사람들이 있다. 홈쇼핑 GS샵의 모바일인터넷사업부 e영업팀 소속 박세나(26), 이혜리(30), 주희영(44)씨는 온종일 모바일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17자 내외의 광고문구를 쓰는 쇼핑 카피라이터다. 모바일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 문구처럼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재치 있고 간결한 글들이 기존의 구구절절 늘어놓는 상품 설명을 대신하는 추세에 맞춰 등장한 직업이다.
이들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문구를 많으면 하루 50개, 일주일에 수백 개씩 쓴다. 이렇게 쓴 문구는 같은 팀 프로듀서(PD) 신현정(35), 장정민(38)씨의 조율을 거쳐 홈페이지에 배치된다.
이들이 쓴 문구는 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재치있다. ‘직접 절이면 팔이 저려’(절임 배추), ‘내가 참치도 아닌데 뱃살은 쓸모 없지’(다이어트 식품), ‘구김살 하나 없으시네요’(다리미) 등의 문구는 인터넷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박세나씨는 “원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말을 독특하게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혜리씨도 디자이너 출신이며 주희영씨는 지상파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이들의 일과는 상품 기획자, 협력사 등과 전략회의를 하며 시작된다. 이 씨는 “상품을 준비한 기획자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소비자의 감성이 만나는 지점이 간혹 어긋나 곤란할 때가 있다”며 “싼 가격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상품이 너무 많을 때 같은 말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노래 가사와 유행어, 뉴스,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중학생 딸의 문자메시지 등 일상의 단면이 모두 아이디어 소재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소통이 그렇듯 공감이다. 유행어도 맥락을 모르는 이에게 유머가 될 수 없듯 전 연령층이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 문구를 작성하는 데 주력한다.
이들은 인터넷 기반이 컴퓨터(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만큼 쇼핑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장정민씨도 “스마트폰에서는 화려한 이미지나 영상보다 가독성 뛰어난 문구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쇼핑 카피라이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